코로나가 대학가 '휴학' 부추긴다...비대면 수업의 비효율성, 등록금 부담, 과중한 과제 등이 원인
취업준비나 스펙용 자격증 공부 등이 가장 흔한 휴학 사유 갭이어 갖고 차분히 미래 고려하겠다는 실속파들도 등장
최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4년제 대졸자 1047명을 대상으로 ‘휴학 및 졸업유예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졸자 10명 중 4명이 휴학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공부를 멈추고 휴학을 선택하고 있다.
휴학을 선택한 대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준비를 휴학의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학기 중에는 학점 관리 때문에 진로나 취업에 필요한 대외활동이나 자격증을 따기가 힘들다는 것. 대학생 박한비(21, 부산시 북구) 씨는 “졸업 전에 취업이나 스펙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휴학하고 토익 등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휴학을 통해서 취업 준비를 한다는 사람들과는 달리 취업에 대한 불안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휴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휴학을 일종의 갭이어(gap year, 진로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기간)로 생각하는 것. 대학생 정현민(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미래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어 한 번쯤은 목표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휴학으로 생긴 여유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갭이어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이 꿈꿨던 취미 생활과 여행을 위해 휴학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강성은(21, 부산시 북구) 씨에 따르면, 휴학한 후 몇 달 동안 길게 여행을 가거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려고 한다는 것. 강 씨는 “사람들이 휴학하고 원했던 활동들을 제약 없이 하는 것이 즐거워 보여 나도 휴학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미래를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휴학 풍속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학이 비대면 강의로 1학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엄청난 양의 과제와 뒤틀린 생활 패턴으로 건강에 이상을 느껴 휴학한다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박수정(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비대면 강의가 계속되고 보니 계속된 과제 때문에 무기력증까지 생기게 됐다. 한 한기라도 쉬지 않으면 몸이 탈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다음 학기에도 대학교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 같아서 휴학을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는 대면 강의보다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강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대학생 이지은(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우리 학과는 실습이 많은데 실습 기구를 사용할 수 없고 과제 또한 몇 배나 늘어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이 간다. 온라인 강의 자체가 시간 낭비 같아서 휴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집안 경제가 안 좋아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휴학을 고민하는 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알바 자리가 줄어든데다 학기 중에는 수업 때문에 알바를 많이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 휴학생 김보경(21, 부산시 북구) 씨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 집에 손 안 벌리려고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음 학기 등록금 부담이 더 커졌고, 수업과 알바의 병행이 힘들어서 휴학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