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 자영업자-알바자리 없는 대학생, 함께 운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일자리 사라질까 우려" 지속적 최저임금 인상···“자영업자 낭떠러지로 떠미나” 편의점주협, 최저임금 업종별ㆍ규모별 차등화 등 보완대책 수립 촉구

2020-07-16     취재기자 조재민
최저임금

내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인상됐다. 대학생과 자영업자 모두, 우려가 크다.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빈자리가 없어 고민이고, 일을 하는 학생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하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지출 부담이 더 늘어나 걱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30원(1.5%) 많은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 시 182만 248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이다.

대학생들이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알바 자리가 너무 안 구해진다”, “최저시급도 지켜지지 않는 일자리가 많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푼이 중요한 대학생 사이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대학생 안준우(24) 씨는 “고깃집에서 2년간 알바를 하고 있다. 그때는 같이 일하는 종업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세 명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어 나 또한 언제 해직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달 자영업자 수가 547만 3000명으로 6개월 전보다 13만 8000명(2.5%) 줄었다고 16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상반기(20만 4000명) 이후 11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일자리 또한 줄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은 4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줄었지만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내보내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상반기 10만 명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도 8만 1000명 감소했다. 반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상반기 10만 7000명 늘었고, 하반기에도 6만 5000명 늘었다. 따라서 지난해 상반기 전체 자영업자는 7000명 늘었고, 하반기에는 1만 6000명 감소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35만 7000명으로 6개월 동안 9만 1000명(6.3%) 줄었다.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411만 6000명으로 4만 7000명(1.1%) 감소하면서 동시에 줄어든 것이다. 그간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은 편의점주들에게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역대 최저 인상률(1.5%)이지만 편의점주들에겐 이마저도 벅찬 상황. 지난 14일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편의점 지출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인건비는 편의점 총매출 중 제품 원가 등을 제외한 매출 이익 중 43%에 달한다. 편의점 월평균 매출 이익은 1446만 원인데, 여기서 로열티(434만 원), 점포 유지관리 비용(923만 원)을 빼면 점주들의 평균 수익이 된다.

점포 유지관리 비용에는 인건비(623만 원)와 임차료(150만 원), 전기료(50만 원), 기타 비용(100만 원)이 포함된다. 협의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의 월평균 수익은 98만 9600원에서 9.4%가 감소한 89만 6800원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노동계가 내세우는 실태 생계비 218만 원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더 높아지면 점주들의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 재송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38) 씨는 “점주들은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해 범법자가 되거나,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알바생 수를 줄이고 직접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 맞춰 편의점주들은 일명 ‘쪼개기 근무’로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하는 주휴수당(유급휴일에 받는 일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고용시간을 쪼개 15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쪼개기 근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편의점끼리 직원을 공유하면서 요일뿐 아니라 시간대를 나눠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 씨는 “재송동은 숙박업소가 많은 만큼 편의점도 많다”며 “옆집 편의점 사장님이 동네 안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정부가 편의점주를 편법자로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주휴수당 인정시간 확대와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ㆍ규모별 차등화, 3개월 미만 초단기 근로자의 4대 보험 가입 유예 또는 정부 지원 등의 방안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또한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즉각 수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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