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감...아파트 '층간소음' 세대간 갈등 유발
주민 민원에 경비실은 안내 방송에 분주 세대 간 이해하자는 의견도 대두 부모들도 아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의 집안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다툼에 아파트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극가소음정보시스템에서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콜센터에 집계된 소음 민원 건수는 1월 1920건, 2월 2667건, 3월 3110건으로 매우러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최신 통계는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가 번지기 시작하면서 층간소음 민원이 국가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생 박혜인(21, 경남 양산시) 씨는 윗집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럴 때마다 경비실에 민원을 넣었다. 박 씨는 “윗집에 코끼리가 돌아다니는 것 같이 소음이 쿵쿵거린다. 너무 시끄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아파트 경비원 정복철(69, 경남 양산시)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민들의 항의 민원 때문에 방송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정 씨는 아파트 세대에 방송을 내보내면 잠시는 괜찮아지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방송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 씨는 “아이들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도 얼마나 답답하겠나. 세대 간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은정(49, 경남 양산시) 씨는 옆집 아이들로 인해 소음에 시달리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답답함과 뛰는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공감해야 한다는 것. 김 씨는 “아이와 부모가 얼마나 힘들겠나. 서로 참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황지현(21, 부산시 북구) 씨도 윗집에 사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자정까지 끊임없이 시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황 씨는 아이들의 발소리와 피아노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 심경을 토로했다. 윗집에 항의해도 양해해 달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황 씨는 “다른 일을 하다가 새벽에 막 잠들었는데 아이들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하얘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이 편한 것은 아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회사원 김상현(43, 부산시 남구) 씨는 아랫집 때문에 늘 조마조마하다.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음이 발생하자 몇 번이나 찾아왔던 아랫집이 신경 쓰여 아이들에게 뛰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계속해서 당부한다. 김 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아이들이나 아랫집도 답답하겠지만 나도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