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폭우로 사망·실종 42명…이재민 7000명 육박
중대본 집계... 전국 시설피해 1만 4091건
창녕 낙동강 본류 둑 붕괴... 150명 대피
5호 태풍 '장미' 북상 중... 10일 오후 부산 영향권
2021-08-10 취재기자 김범준
전국적으로 연일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최근 열흘간 사망·실종자가 42명에 이르고, 이재민이 7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오전 6시 기준)에 따르면, 이달부터 부산과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집중호우로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은 42명, 시설피해는 1만 409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사망 3명·실종 3명) 등 수난사고 인명피해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5호 태풍 ‘장미’가 북상 중이며, 10일 오후부터 부산 경남 등 남부지방 일대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이재민은 2576세대 4446명으로 집계됐다. 섬진강 제방 붕괴 등 영향으로 전남 곡성·구례, 경남 하동·합천 등에서 2286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시 대피자는 4853명으로 늘었다. 이 중 귀가하지 못한 인원은 461명이다.
나흘간 시설피해는 7929건(공공시설 4681·사유시설 3248)이 보고됐다. 주택 2199동이 물에 잠기거나 토사에 매몰됐고, 농경지 1만 6952㏊가 침수 등 피해를 봤다. 도로·교량 파손은 3279건, 하천 피해 179건, 산사태 203건 등이다.
9일 오전 4시께엔 합천창녕보 상류 좌안(강을 상류에서 하류로 바라볼 때 왼쪽) 250m 지점인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낙동강 제방이 붕괴됐다. 붕괴된 지점은 합천창녕보 상류 좌안에 있는 ‘어도’ 바로 위쪽이며, 유실된 제방 길이는 30m 정도다.
제방 붕괴와 함께 낙동강 본류의 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창녕군 이방면 장천마을 일대 농경지가 잠기고 주민 150여 명이 고립돼 있다 대피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본류에서 제방이 붕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는 댐이나 보, 둑 등에서 구멍이 생겨 구조물이 무너지는 ‘파이핑(piping) 현상 때문이 아닐까 분석하면서, 4대강 사업 때 부실 공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함에 따라 내일(11일)까지 충청, 남부, 제주도 등지에 최고 2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장미’는 10일 오전 9시 서귀포 남동쪽 80km 해상까지 접근하며, 오후 3시쯤 부산 서남서쪽 70km 해상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본은 전국 81개 시·군·구에 산사태 경보·주의보를 발령했으며, 밀양시(삼랑진교)에 홍수 경보, 부산시(구포대교), 경남 함안군(계내리), 경남 하동군(읍내리), 전남 구례군(송정리) 등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