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솜방망이 처벌의 역설...디지털 교도소·배드파더스·텔레그램주홍글씨 등 사이버 자경단 등장

솜방망이 처벌받은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화제 디지털교도소·배드파더스·텔레그램주홍글씨 등 활동 중 확인되지 않은 신상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우려도 존재

2021-09-30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오는 12월,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다. 극악무도한 범죄로 한 아이의 인생을 흔들어 놓은 그가 고작 12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한 사람을 집단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태권도 전공자 세 명도 고작 징역 9년의 형량밖에 선고받지 않았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의 수혜자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고, 이를 본 시민들의 공분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결국 ‘사이버 자경단’을 낳았다. 사이버 자경단이란, 범죄자 혹은 사회규범에 어긋난 이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과 SNS에 공개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디지털 자경단으로는 ‘디지털 교도소’, ‘배드파더스’, ‘텔레그램 주홍글씨’ 등이 있다.
디지털
사이버 자경단의 목적은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심판이다. 형벌이 끝나면 자신의 죄도 씻겨져 나간 마냥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가해자에게 또 다른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들은 댓글을 통해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사실상 취지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집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이버 자경단 사이트를 통해 가해자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할 것이다.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심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용한 방법이 신상정보 공개인 점이 문제가 된다. 사이버 자경단의 가장 큰 약점은 진위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사이버 자경단 활동은 대체로 피해자의 제보를 통해 이루어진다. 피해자의 말만 듣고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로 신상을 공개할 시, 그것이 거짓 제보로 드러나면 이미 신상이 공개된 가짜 가해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본다. 국가가 아닌 시민단체가 다른 이의 신상정보를 활용하고 유출하는 것은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사이버 자경단에 의해 피해를 본 이들이 있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디지털 교도소에 정보가 공개된 한 대학생이 계속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결국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모 의대 교수는 해당 사이트 내에 신상이 공개됐으나, 이후 경찰 조사에서 성범죄와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나는 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범죄의 재발 방지에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신상 공개라는 양날의 검은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신상정보의 주인이 확실하게 판명 난 범죄자가 아니라면 이는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민과 단체가 나서기 전에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정도의 합당한 처벌이 그 첫 단추이며, 확실한 사후처리를 통해 남은 단추들을 잠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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