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디지털 교도소 접속차단 재결정...사법기관은 성범죄 방지 및 처벌 역할 성찰해야
방통위 1차 결정, 디지털 교도소의 무고한 피해자 양산 무시한 처사 2차 재심의 디지털 교도소 전체 접속차단 조치는 국민 불안감 해소
올해 초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많은 사람의 분노와 불안을 자아냈다. 이에 사람들은 성범죄자들의 신변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여론이 들끓던 6월,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목적으로 둔 ‘디지털교도소’라는 웹사이트가 나타났다. 당시 나는 디지털 교도소가 생겼다는 뉴스를 듣고 우려가 앞섰다. 첫째로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방식이 명확하지 않고 사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는 사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일반인 신상 공개는 우리 사회의 법이 존재하는 의미를 흐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대학생 A 씨가 디지털 교도소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사건뿐만 아니라 디지털 교도소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한 이후 9월 중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무고 등으로 확인된 개별 정보만 접속을 차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같은 방통위의 결정에 나는 실망스러웠다. 첫째, 객관적이지 못한 사적 제제가 법적 제제와 거의 동등한 힘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방통위의 강력한 법적 제제가 가해지지 않는 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이 마치 자신들이 법관인 양 운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에 대해서 디지털 교도소 측은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들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둘째, 디지털 교도소의 공익적 성격이 높다는 점에서 나는 사법기관과 정부 기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현재 정부 기관인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교도소의 사이트를 봉쇄하지 않는 것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당국이 은연중에 동의하고 이를 사적 제제에 맡긴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런 방통위의 처음 결정에 대해 의견이 많이 갈리자, 지난 24일 방통위가 재논의에 들어갔다. 재논의를 통해 방통위는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전체를 접속 차단하기로 했다. 나는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지금까지 국민이 가졌던 불안감을 작게나마 해소해 줄 것이며, 인터넷 속의 무법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법이 존재하는 이유를 각인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교도소 이후 더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통위뿐만 아니라 성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같은 처벌을 내렸던 사법기관도,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 주지 못한 정부 기관들도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