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답답함·지루함·불안감 등 코로나 블루 증세 경험
대학 신입생들 입학한 대학 한 번도 못 가본 스트레스에 소속감 부재 느껴 백화점 내 심리상담소 등 정부와 민간이 같이 국민 심리 치료에 나설 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비단 눈에 보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사람들의 외출 및 사회활동이 줄어들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고 우울감 및 무기력증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코로나 우울의 원인과 증상으로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과 지루함'(조사대상자의 22.9%), '일자리 감소·채용 중단 등으로 인한 불안감'(16.5%), '무기력함'(16.2%), '사회적 관계 결여에서 오는 우울감'(14.5%) 등을 꼽았다.
실제로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었다. 특히 나와 함께 대학에 진학한 20학번 친구들은 “아직 고등학생 같다”, “대학친구는 만들지도 못하고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겨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회적 관계 결여에 대한 우울감과 소속감의 부재로부터 오는 불안감을 표했다.
인간관계가 위축되는 것에 대한 우울함을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개개인마다 그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소속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코로나로 인한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코로나 블루 현상을 가볍게 넘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나에게도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다. 나는 본래 친구들과 용건 없이는 연락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강박적으로 주변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알림 없이 조용한 휴대폰을 보며 초조함을 느꼈다. 또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감에 글자가 읽히지 않거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고 나서는 가벼운 운동과 취미 생활을 통해 우울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으나 쉽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점은 스스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危機)의 ‘기’는 기회를 의미한다. 코로나 블루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다수의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한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 백화점에서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상담 받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누구나 친숙하게 방문할 수 있는 백화점 안에 심리 상담소를 열었다. 또 정부는 민간전문가 단체와 상담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자살 위험이 큰 고위험군에 대한 전문성 있는 심층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나는 코로나 블루가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병에 관한 복지 강화 및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코로나19만큼 위험한 적이 되어버린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 있는 기회이며 앞으로 현대인들이 감기만큼이나 평생을 곁에 두어야할 우울증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밑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