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불가촉천민 소녀에 가해진 성폭력...카스트 제도 구조적 모순 없애야
인도 소녀, 집단 성폭행으로 병원에서 숨져 파장 인도에선 2018년 한해 3만 건 이상 성폭행 사건 발생 왜곡된 신분제도와 성 인식, 근본적 구조 개선해야
인도에는 일정한 신분 계층 집단의 지위가 자손 대대로 세습되는 카스트 제도가 있다.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를 합법화한 적이 없고 1947년에 카스트 제도에 의한 사회적 차별을 법적으로 금했지만, 아직 카스트 제도 자체는 폐지되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에는 점점 카스트 제도를 따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던 나에게 충격을 준 기사가 있다.
그것은 인도의 불가촉천민 소녀가 지난 9월 14일 4명의 상류층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당했다는 기사였다. 소녀는 고문 수준의 폭행을 당해 척추가 마비되는 등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9월 29일 오전 결국 세상을 떠났다. 나는 아직도 인도에 불가촉천민에 대한 이 정도의 차별이 있는지 몰랐다. 관련된 기사를 더 찾아보니, 인도에서는 2018년에만 3만 4000건의 강간 사건이 보고됐고, 약 2억 명에 달하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일상 속에 남아있다고 한다.
나는 이 사건을 사회 내의 지배와 착취 관계가 내재화된 구조적 모순으로 봐서 카스트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스트 제도 아래에서 낮은 계급의 사람, 즉 수드라 계급과 불가촉천민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신분의 고착화가 심해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나 직급을 갖지 못한다. 이것은 불가촉천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불가촉천민은 자기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된다.
특히 인도는 카스트 제도뿐만 아니라, 성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서 80대 할머니가 성폭행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9월 초에도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던 여자 코로나19 환자가 운전기사에게 성폭행당한 사건도 있었다. 나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인도의 구조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송두리째 뽑아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차별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 차이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패러다임적 사고 전환이 있어야 해결된 문제다.
인도의 병원 앞에는 불가촉천민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여성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 사람들은 사회 구조적 모순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