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인생술집' 등 드라마·영화의 잦은 음주 장면, 음주 미화하고, 술에 대한 환상 심는다
'미운오리새끼'는 음주 장면으로 방심위 제재 받았다
미디어의 음주 장면, 미성년자들에게 술에 대한 환상 준다
음주운전·알코홀 중독 등 음주폐해 줄이는 게 건강 사회 지름길
2020-10-18 부산시 영도구 이태녕
최근 몇 년 사이 지상파 및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속 음주에 관한 콘텐츠들이 늘어났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주량에 대해 얘기하며 '술부심(술에 대한 자부심)'을 부리거나, 요리 프로그램에서 음식과 함께 술을 찾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술을 매개체 삼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내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힘든 일을 겪은 후 술로 슬픔을 달래는 연출을 우리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음주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음주 공감대를 자극하는 효과 이면에 다수의 부정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바로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미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SBS 예능 ‘미운오리새끼’는 소주로 분수를 만드는 장면과 ‘녹색의 생명수’라는 자막을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음주를 미화하고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게 경고 처분을 받았다. 취중진담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인 ‘인생술집’ 역시 비슷한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은 미성년자에게 술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 역시 학창 시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 같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고 술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했다. 지금도 내 주변을 보면 술을 마셔야만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 과정에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대단하고, 반대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어린애로 보며 안타깝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못 마시는 사람에게 ‘놀 줄 모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힌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음주는 결코 미화돼선 안된다. 술은 담배와 같은 1급 발암물질로,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하루 평균 약 13명의 시민들이 알코홀 관련 질환으로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또한 한국교통 안전공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약 50건의 음주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매일 한 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올해 7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생활 속 음주폐해예방 협의체를 출범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음주폐해예방 계획은 미디어 음주 장면의 자정을 강화하여, 광고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 자체의 음주 장면 규제도 강력히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미디어에서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미화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되어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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