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칼럼] 3천만 원대 테슬라 자율주행 전기차가 나온다면 당신의 선택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3년 내 2만 5000달러 짜리 전기차 판매” 공언 투자자는 실망해 주가 폭락했지만 차량 구매자들은 기대감 갖고 기다려 국내 완성차에 실망한 소비자들, 합리적 가격이라면 수입차 구매 적극적 쏘나타 가격의 테슬라 전기차 현실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 대변혁 예상

2020-10-26     편집국장 송문석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였다. 한 달 전쯤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 주차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 직후 쏟아진 혹평이다. 주가도 폭락했다. ‘주행 수명 100만 마일(약 161만km) 배터리’를 실현한 신기술이 공개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모양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전기차 가격을 뚝 떨어뜨리고 휘발유 자동차를 확 밀어낼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망하고 등을 돌렸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다.

요즘은 테슬라 주식을 대학생들도 한두 주씩 ‘영끌’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입에서 뭔가 대박을 터뜨릴 호재가 나올 것을 큰 손, 작은 손, 개미들까지 목을 빼고 기대했을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테슬라 주식 한 주 가지고 있지 않고, 어떻게 사야 하는지도 모르는 주식 먹통 입장에서 정작 내 귓청을 때리는 머스크의 말은 다른 데 있었다.

“약 3년 후에는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2만 5000달러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2만 5000달러를 현재의 원/달러 환율로 계산하니 대충 2800만 원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2만 5000달러면 관세를 내고 들여와도 국내에서 3만 달러 내에서 판매될 수 있는데 이는 쏘나타 가격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3만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니 3400만 원이 조금 안 됐다. 인터넷에서 쏘나타 가격을 검색해보니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쏘나타 가격이라는 이 연구위원의 말이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연구위원이 답을 내놨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도 많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야 당장 주가가 오를 호재가 없으니 일론 머스크에게 실망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소비자는 테슬라 주가가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값싸고, 기름값 적게 들고, 품질 좋은 차만 나오면 그게 최고다. 거기에다 최첨단 기술을 가진 미래형 자동차라면서 TV 광고에도 나오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꿈을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그런데 3년 후 테슬라에서 3000만 원대 자율주행 전기차가 나온다? 3년 후쯤 차를 바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나는 그래도 국산 쏘나타(예를 들자면)를 살거야”라고 할까?

경향신문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를 이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 1~9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는 1만 32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552대에 비해 약 8.5배 급증했다. 이 가운데 테슬라는 1만 518대를 팔아 연간 판매 ‘1만 대 클럽’을 달성했다. 올해 수입 전기차 판매시장의 80%가량을 테슬라가 차지한 것이다.

도대체 테슬라 전기차 가격이 어떻기에 이러나 싶어 알아봤다. 실제로 시장 상황과 딱 들어맞는 가격은 아니겠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가격은 이랬다. 2019 모델3은 5469~7469만 원, 2019 모델S는 1억 414만~1억 2914만 원, 2019년 모델X는 1억 1599만~1억 3599만 원이다. 인터넷에 테슬라 전기차 가격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부터 ‘한국은 봉’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다. 어쨌건 값으로만 보면 일반 월급쟁이가 덤비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런데도 올해 수입 전기차 판매시장을 테슬라가 싹쓸이했다.

그럼 국산 전기차 판매시장은 어떨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의 자료를 다시 보자. 올 1~9월 국산 전기차(경차, 상용차 제외) 판매량은 1만 3505대다. 수입 전기차 판매량과 비슷하다. 그런데 작년 같은 기간에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2만 2842대였다. 올해 판매량이 전년 동기 59.1% 수준으로 떨어져 폭망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국산 전기차를 외면하고 수입 전기차로 대거 몰려들고, 특히 테슬라 전기차에 눈이 꽂혔다는 얘기다. 5000만 원이 훌쩍 넘는 테슬라 모델3 전기차가 요즘 아파트 주차장 이곳저곳에서 눈에 자주 띈 이유가 있었던 거다.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의 ‘한 방’이 없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한숨 돌렸다는 기사도 보인다. 참으로 안이한 생각이다. 머스크가 “3년 내”를 “3년이 더 걸릴 수 있다”로 말 바꾸기를 했다며 믿을 수 없다는 아전인수식 해석도 내놨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한심할 따름이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 기아 대우 쌍용차를 ‘그냥 사줬다.’ 물론 외제차가 비싸서 할 수 없이 국산차를 살 수밖에 없는 측면도 크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돈이 많은 부자들도 그랬다. 국산차 애용을 해야 한다는 자의반 타의반 ‘애국심’도 작용했다. 그리고 외제차를 타면 ‘비애국적’이라고 눈을 흘기는 사람들 눈치도 봐야 했다. 그런데 지금 수입차를 타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자유시장 경제체제도 모르는 무식쟁이로 몰리기 딱 좋다.

3년 이내든, 3년이 더 걸리든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차량을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생각과 분위기가 변했다는 거다. 소비자들은 더는 국산차를 ‘그냥 사주지’ 않는다. 만약 내가 사려는 자동차의 배기량이 같은데 가격이 비슷하다면 국산차, 수입차 가리지 않는다. 아니 조금 비싸더라도 - 조금 비싸다는 기준이 얼마인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 수입차가 마음에 든다면 기꺼이 그쪽에 지갑을 연다. 일편단심 춘향이가 이몽룡 도련님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국산차 애용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나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일론 머스크의 ‘3년 내 2만 5000달러 전기차 판매’ 발언이 나왔을 때 누리꾼들이 관련기사에 댓글로 많이 올린 글은 뜻밖에도 국내 특정 자동차 회사의 비관적인 미래를 전망하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또 그 회사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기득권’ ‘귀족노조’ 등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두고 보자”다. 대체재만 있다면 언제든지 차를 갈아탔을 텐데 그동안 보완재밖에 없는 국산차 소비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이 회사 차 아니면 저 회사 차를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밖에 없었다. 회사와 노조가 밉고 꼴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그 회사 차를 샀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제 3년 뒤, 아니 3년이 지나더라도 괜찮다, 기다릴 테다, 이제는 다시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각오를 댓글에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차 살 때 애국심은 개나 줘버리겠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노조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소비자들은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게 눈에 선하게 보인다.

국내산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현대차 노조가 강성 투쟁 일변도에서 ‘노사협력’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생산라인 직원이 고객에게 인도해야 할 차량을 개인 목적으로 타고 다니고, 현장 노동자들이 ‘묶음작업’ ‘올려치기’ ‘내려치기’ 등 각종 희한한 변칙 작업방식으로 쉬거나 일찍 퇴근하는 등의 행동을 하다 적발됐다는 기사도 나온다. 이 기사에 붙은 누리꾼들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두고 보자.”

생산성 문제도 지적한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차 한 대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6.8시간이다. 일본 토요타는 24.1시간, 미국 포드 21.3시간이다. 같은 현대차 공장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 14.7시간, 인도 챈나이공장 17시간과 비교하면 울산공장 생산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만하다. 그런데 현대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200만 원으로 토요타(9100만 원), 폭스바겐(8040만 원)보다 높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생산성이 향상되고 원가절감과 기술개발로 이득이 발생한 결과로 임금이 오른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자동차 회사의 고임금이 그런 과정을 통해 받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

임금이 높아진 만큼 회사는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부품단가 인하 압박으로 2차, 3차 협력업체를 쥐어짰을 것이다. 협력업체들은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어쩔수 없이 자사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을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1차 노동시장의 고임금은 우리나라 90%의 노동자가 속한 2차 노동시장으로 전가돼 저임금을 초래하고 있다. ‘노동시장 2중구조’의 비극이다. 이는 신입사원 채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현상을 낳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격차가 연간 수천만 원이 나는데 누가 중소기업에 입사하려 하겠는가? 이런 노동시장 2중구조를 형성하고 고착화시키는데 특정 회사와 노조가 일조했다고 한다면 무리한 생각인가.

차량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좋은 제품을 더욱 싼 가격에 파는 원칙이 자동차 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도 봉이 될 수밖에 없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는 내 눈에 피눈물이 나는 법이다. “두고 보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실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모하기도 하지만 놀랍고 도전적이고 경외감이 든다. 3년 이내가 될지, 3년이 더 걸릴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는 2만 5000달러 짜리 완전자율주행 전기차가 시판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도 우리나라 완성차 회사와 노조가 배부른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내 자동차 회사와 노조가 앞으로 어떤 경영을 하고 어떻게 노조활동을 하는지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두고 보자.”

테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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