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는 부가 서비스가 아닌 또 다른 언어, 더 많은 인식 개선 필요하다
코로나19 재난 브리핑 현장 속 수어 통역 일상화
청각 장애인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와 같아 수어 통역 필수
2021-10-31 부산시 동래구 노현진
지난 7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손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들 ‘금 손’ 특집을 방영했다. 해당 회차에는 광고 속 손 모델, 그림을 그리는 화가, 손으로 말을 전하는 수어 통역사 등 많은 ‘금 손’이 출연했다. ‘금 손’으로 출연한 이들 모두 대단했지만, 코로나19 재난 브리핑 당시 수어를 통역한 권동호 수어 통역사에게 가장 시선이 갔다.
수어 통역사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말을 손으로 전해주는 일을 한다. 비장애인은 타인의 말을 바로 듣고 소통할 수 있지만, 청각 장애인들은 손으로 소통한다. 수어는 손동작뿐만 아니라 표정, 입술의 모양, 몸의 방향도 중요하다. 입술 모양을 어떻게 하고 몸을 어느 방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절대 손동작만으로 소통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요즘 코로나19 재난 브리핑 현장에서 수어 통역사는 유일하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손으로 열심히 말을 전달한다. 표정과 입 모양이 꼭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어 통역사를 보며 소수 네티즌이 “굳이 수어 통역사가 있어야 하냐”며 “정신이 사나우니 자막을 다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권동호 수어 통역사는 “청각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잘 사용하지 못해 그들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와 같다”며 수어 통역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청각 장애인은 단지 소리만 잘 듣지 못하고 한국어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이 말을 듣기 전 당연히 한국어는 알고 있고 잘 들리지 않으니 수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금 손’ 특집 방송을 본 후 수어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사람들이 수어 통역을 좋은 일, 봉사하는 일이라고 한다. 청각 장애인만을 위한 통역이고 그들을 위한다고 생각해 착한 일, 봉사로 인식한다. 그러나 수어 통역은 서비스나 제도가 아니라 단지 정보를 전하는 일로 인식돼야 한다. 외국어를 통역하는 일처럼 수어를 통역하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 들여져야 한다. 청각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하다.
수어는 장애인을 위한 부가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우리가 외국어 통역이 필요한 것처럼 수어 통역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2016년 한국 수화 언어 법이 통과돼 수어가 국어 중 하나로 인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생소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많은 사람이 수어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성을 깨달아 수어가 공식적인 언어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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