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연예인 '꾸안꾸 명품 패션' 따라 하는 대학생 등장...물질이 사람을 대표한다고 사회화된 속물들
연예인 꾸안꾸 패션 인스타그램에 뜨면, 너도나도 따라하기 열풍
나이키 스니커즈 드로우 참가자 많고 리셀가 찾는 사람도 다수
설현의 550만 원짜리 명품 백 사기 위한 알바족도 등장
2020-10-31 부산시 진구 김지우
올해의 패션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꾸안꾸’다. 꾸안꾸란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이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격식을 갖춘 것이 아니고 디자인이 심플하고 편안함과 활동성을 강조한 옷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꾸안꾸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 꾸몄고 안 꾸몄고의 기준은 정말 엿장수 마음대로다. 그래서 정말 편한 옷을 입은 것을 꾸안꾸라고 하지만, 문제는 연예인들이 가진 명품 옷, 가방, 신발들을 가리켜 꾸안꾸 패션이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의 지나친 명품 꾸안꾸는 잘못 사회화된 결과여서 더 큰 문제다.
최근 접한 기사가 하나 있다. 신라호텔에서 자체 제작한 청담동 꾸안꾸 스타일 에코백을 사기 위해 일부 사람들이 신라호텔에 예약해 에코백을 산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보고 무슨 에코백 하나를 사려고 예약까지 하냐고 생각했는데,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들은 대부분 “그야말로 청담동, 압구정 로데오에 어울리는 꾸안꾸 가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은 가방 자체보다 그에 더해진 의미, 즉 ‘이 가방 하나만 들면 신라호텔 이용자임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나는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나도 처음에는 값싸고 편한 옷들을 추구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예인들의 명품 꾸안꾸 스타일을 접하면서 나 역시도 꾸안꾸 스타일의 명품 옷들을 찾게 됐다.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 역시 이러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미 신발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드로우(응모하여 당첨된 사람만 그 물건을 사는 것)에 참여한다. 만약 드로우에 떨어지면 비싼 리셀가(한정판 물건을 다시 파는 가격)를 주고서라도 이를 구매한다. 또 심지어는 AOA 설현이 착용한 550만 원짜리의 디올 레이디 백을 보고 예쁘다며 부모님께 사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와 친구들을 포함한 대학생들은 대부분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지나친 명품 스타일을 집착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자신의 생활수준에 맞지 않게 명품을 밝히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로부터 무언가 물질이 사람을 대표한다는 매우매우 잘못된 사회화를 배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명품 꾸안꾸 스타일에 집착한 이유는 그 명품 옷이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해서가 아니고, 단지 연예인들이 명품 옷을 착용하고 있고, 그저 SNS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명품 옷을 입었다 해서 무조건 따라 사고, 패션 전문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트렌드를 따라가야만 세련된 사람은 아니다. ‘패셔너블하다’는 말 역시 ‘멋짐‘에 대한 기존의 편견에서 떨어져 나오는 데서 시작한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취향이 있다. 나에게 맞는 걸 입고 걸치면 된다. 명품 옷을 찾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표정과 몸짓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보다 멋진 패션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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