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아이린만 비난할 게 아니다...고질병 갑질 바로 잡을 상호 배려 사회적 반성을 제안함

아이린 스텝 갑질, 본인 사과에도 비난 지속 우리 사회 갑질은 연예인·고위층만의 전유물 아닌 듯 사회 만연한 갑질 풍토 바로 잡자는 사회적 정화 운동 필요

2020-11-01     전북 익산시 김희원

지난 10월 22일, 15년 차 스타일리스트 A 씨의 SNS에 아이돌 갑(甲)질 폭로 글이 올라왔다.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글의 주인공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던 중, 그녀의 SNS에 사과문이 올라오며 네티즌들의 수사는 일단락됐다. 관련 업종 사람들의 피해 증언이 이어졌고, 갑질 여부에 중립을 고수하던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가 모델인 기업에서는 사진을 삭제하고 레드벨벳은 행사에 불참하는 등 갑질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폭로 글은 국민의 많은 분노를 샀던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부사장, 50대의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한 TV조선 전 대표이사의 초등생 딸을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라 칭하며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 이게 지식백과 속 ‘갑질’의 정의다. 타인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 이토록 잔인한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갑’은 모두 우리 사회 속 깊고 은밀한 곳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일까? 혹은 소수의 기득권층이기만 할까?

우리

나의 답은‘NO’다. 우리는 갑질을 뉴스나 기사가 아닌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도 있고 목격할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은 손님의 갑질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호소한다.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상사의 갑질을 견디는 친구들도 부지기수다. ‘갑질’ 관련 기사가 쏟아지듯 이미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타인과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 속에서 사회적 수직관계가 형성되며 개인은 ‘갑’ 혹은‘을’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누군가에겐 갑이며 동시에 을이다. 인간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로부터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학교와 가족과 사회로부터 이 필수적인 기본 규범을 배우지 못한 그들은 괴물이 됐다.

한 언론에서는 영상 속 아이린의 순간적인 표정을 증거로 또 다른 갑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영상에는 대화 내용이 들리지 않지만 다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담겨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준 그녀가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도 넘는 비난을 하거나 표정 하나하나를 ‘나노 단위’로 분석하여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드는 행위 또한 갑질이 아닐까? ‘너는 당해도 싸다’는 태도를 지양하고 나의 사소한 행동,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갑질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며 상호 간에 배려하는 조화롭고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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