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가짜사나이' 신드롬 여파...어린이들 사이에 "너 인성 문제 있어"하며 친구 괴롭히기 유행
'가짜사나이' 보고 "너 인성 문제 있어?" 하면서 친구 부리는 놀이 유행
가짜사나이 신드롬은 유튜브의 사회화 영향력 대표적 사례
부모와 학교의 아이들 영상 절제 교육 절실
2020-11-01 부산시 사하구 김아란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의 신드롬 이후 아동들이 콘텐츠에 등장하는 유행어와 군대식 문화까지 따라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지역아동센터의 한 교사는 13세 아이가 다른 아동에게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하며 엎드려뻗쳐를 시키거나 물을 떠오라고 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도 “아이들이 서로 (문제집을) 풀어보라든가 편의점에서 뭔가 사오라는 등 친구에게 지시를 하면서 ‘인성 문제 있어?’ 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일부 누리꾼들은 “영상의 초반에 경고문이 나왔기 때문에 제작자의 잘못은 아니다”, “아이들 사이의 장난인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자유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나 또한 <가짜사나이>를 시청했지만 이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유튜브는 만 19세 이상 시청 가능한 콘텐츠가 아니면 별다른 인증이나 제재 없이 영상을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이러한 유튜브의 특성상 어린아이들도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접근하기 쉬워진다. 때문에 아이들은 여과 없이 폭력이나 언어를 내면화하게 된다. 결국 자연스럽게 서열이 매겨지고 폭력을 장난이나 놀이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고문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또한 콘텐츠의 제작 자체는 자유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회화의 강력한 수단인 미디어가 끼치는 그 영향에 있다. 최근 들어 미디어 중에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강력해졌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진다.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그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할 부모마저 아이의 교육을 유튜브로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회화 기관인 부모의 자리마저 유튜브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현대 사회가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못하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줄 몰랐다는 것은 안일하다. 우리는 그 안일함의 결과로 ‘문화의 형태로 정당화된 폭력’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고 성숙해지는 과정에 서 있는 아이들은 마치 스펀지처럼 주변의 상황을 흡수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보다 유행이나 친구들의 반응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폭력은 순식간에 놀이나 장난으로 둔갑해버린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미디어 세상 속 위험한 지뢰들 사이에서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다. 유튜브를 포함한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해야 하며, 부모와 학교는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아이들 사이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