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병 노크 귀순’ 고성...이번엔 철책 넘은 북한 남성 신병확보까지 14시간 동안 오리무중 사태 발생
합동참모본부, 강원도 동부전선서 감시장비 포착된 미상 북한 남성 4일 오전 신병 확보 발표
철책 넘어 귀순 당시 감지센서 작동하지 않아...신병 확보 때까지 소재 파악 못해 초동조치 비판 일어
고성 노크 귀순, 강화도 탈북자 월북 사건 등 잇따라 경계 허술, 안보 불감증 등에 시민들 불안
2020-11-05 취재기자 안시현
지난 3일 ‘진돗개’가 발령돼 국민들이 놀라는 일이 발생했다. 진돗개는 무장공비 침투와 같은 국지적 위협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발령되는 경보 조치다. 진돗개가 발령된 지역은 강원도 고성의 군사분계선 인근이었다. 강원도 고성은 8년 전 ‘노크 귀순 사건’ 등 안보 관련 문제가 많았던 장소다. 이에 국가경계선 안보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강원도 동부지역 전방에서 감시장비에 포착된 미상인원 1명을 추적해 오전9시 50분쯤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미상의 북한 남성은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 철책에 설치된 감지 센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 귀순한 북한 남성은 지난 3일 오후 7시 25분쯤 월남했다. 이후 군은 해당 부대를 비롯한 동부 전선에 진돗개를 발령하고 수색작전을 시작했다. 군이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건 14시간 만의 일이다.
귀순 북한 남성은 20~30대로 발견 당시 비무장 상태였다. 귀순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군인이 아닌 평범한 주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발견된 위치는 남쪽 GOP로부터 1.5km 아래의 지점이었다. 이 지역은 민가 주변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작년 7월 북한군이 중부전선인 임진강을 통해 귀순한 후 1년 만의 월남이다. 2018년 12월에는 북한군이 동부전선을 넘어 귀순했다. 2017년에는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전례가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강화도에서 발생한 탈북자 월북 사건 이후 5개월 만이라는 점에서 많은 질타를 받는다. 탈북자 월북 사건은 탈북해 우리나라에 정착하던 탈북민이 강화도를 통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건이다. 게다가 귀순 장소는 2012년 노크 귀순 사건이 있었던 강원도 고성이라는 점이 경계 문제로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크 귀순 사건은 북한 병사가 군사 분계선을 넘어 우리나라의 일반 전초 초소 문을 두드리고 귀순한 사건이다. 이는 경계작전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사람이 아무런 방해 없이 대한민국에 월남해 귀순을 희망했다는 점이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전방 철책이 뚫린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귀순한 북한 남성의 이동 동선을 최초 포착한 지난 2일부터 4일 신병 확보까지 시간 소모가 심했다. 이에 군의 초동조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에 한달 전에 일어난 공무원 사살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종전을 외쳐도 지금은 휴전 기간이다. 평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경계를 늦추는 건 비극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발령된 진돗개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 진돗개 경보가 조성하는 국민적인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안다현(24, 부산시 동구) 씨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이질감이 든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