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경기장 진풍경... '여서무라 존' 자리잡기 치열
관중들, 방역 절차 불편해 하면서도 직관 즐거움 누려
사직구장 ‘여서무라 존’ 만들어 음식 취식 제한적 허용
KBO, “포스트시즌 관중 50% 허용, 방역 조치 만전 기할 것”
2021-11-11 취재기자 정혜원
코로나 시대 각종 경기장이 제한적 '직관' 열기로 뜨겁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고,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을 전체 좌석 30%까지 허용했다.
관중 입장은 허용됐지만, 문체부와 프로스포츠 단체들은 코로나19가 경기장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기장에서는 입장 시 발열 및 마스크 착용 여부 확인, 전 좌석 지정 좌석제 실시, 전자출입명부 작성, 관중석 내 물과 음료 외 취식 금지, 육성 응원 자제, 좌석 간 지그재그로 띄어 앉기 등 방역지침을 만들었다. 프로야구의 경우는 정규 시즌이 끝났고, 플레이 오프 전과 코리안 시리즈를 남겨 놓고 있으며,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아직도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프로농구 관중들은 다시 현장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표했다. 현장에서 농구 경기 보는 것을 즐긴다는 김민수(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경기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찾아왔다. 현장에서 직접 응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입장 절차가 늘어난 것에 대해 별 불평이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입장 시 QR코드(또는 모바일 입장권)나 수기 작성을 통한 신원 확인 과정이 추가됐다.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관람하러 온 김민지(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관람 절차에 복잡해 불편함이 따르지만, 방역을 위한 조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7일,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 소닉붐 경기엔 개막 후 처음으로 20% 중반 규모의 좌석을 열면서 첫 유관중 홈 경기가 진행됐다. 첫 홈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해 지그재그로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육성 응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종이 도구를 이용한 치어리더들이 이끄는 응원은 경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선수들이 멋진 슛을 하거나 점수를 내면, 팬들은 박수와 육성 없는 응원으로 화답했다.
부산 KT 소닉붐 구단은 시즌 초기라 방역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화장실 앞에도 거리두기를 안내하기 위한 스태프가 대기했으며, 서 있는 사람에겐 자리로 돌아가라고 스태프들이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관중들이 흐트러지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체육관에 음식을 반입할 수 없고, 음료 반입만 가능하다. 경기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경기장 복도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드물었다. 경기장 내 편의점엔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지난 10월 30일, 사직야구장에서 진행한 롯데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엔 20%대 초중반 규모의 좌석을 열었다. 마지막 홈 경기라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채웠다. 지그재그로 앉아야 하기 때문에, 지인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가까운 앞뒤 좌석이나 옆 좌석으로 떨어져 앉아야 했다. 추운 날씨에도 응원단장이 노래를 틀면서 응원 타월을 비롯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응원을 유도하면, 마스크를 쓴 관중들이 호응했다.
롯데자이언츠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야구 경기장 내 음식반입이 금지되는 점을 보완했다. 경기장 복도에 ‘여서무라 존’을 만든 것. 여서무라 존이란 관중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탁자 몇 개를 놓은 공간으로, 구장 밖 음식점이나 구장 내 매장에서 음식을 사와 여기서 관중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경기장 내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경기장 내 취식이 금지된 것은 아쉽지만, 여서무라 존이라도 있어서 매장을 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야구 경기가 지속되자, 코로나19에 대한 조심성이 조금씩 흐트러지기도 했다. 관객들이 파울볼을 잡으러 이동한다든지, 위아래나 옆으로 떨어져 않았던 일행이 경기가 진행되면서 가깝게 앉으려 하는 모습도 보였다. 롯데 자이언츠가 득점을 낼 것 같은 찬스에는 격한 환호성이 터졌고, 실점 위기나 수비 실수엔 욕설이나 고함이 들렸지만, 제재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 관계자들은 "관중들의 모든 행동을 스태프가 막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경기장에서 주의를 주는 스태프는 “관중들이 본인 자리를 벗어나면 주의를 주지만, (환호성이나 분위기처럼) 관중들이 함께 풀어지는 순간은 통제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KBO는 문체부 등 방역당국과 협의해 2020 KBO 포스트시즌 관중 입장을 최대 50%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플레이오프 전이나 코리안 시리즈에서는 한층 방역 관리가 강화될 예정이다. KBO는 관중 입·퇴장 시 거리두기 강화 및 취식 공간 확대를 포함해 미판매 좌석 테이핑 등 한층 강화된 조치사항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관중 100% 입장 기준으로 경호 및 안내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렵게 정규 시즌을 시작한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 농구 등 프로 스포츠들은 힘겹지만 조심스럽게 나머지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