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같은 즉석 사진관, 사진사 없는 셀프 스튜디오 인기
외관 화려한 '인생네컷'... '즉석 추억 찍기' 유행 고급 사진 연출 원하면 ‘셀프 스튜디오’ 이용 권장 젊은 밀레니얼 세대 ‘나나랜드’ 트랜드 반영
주요 도시철도(지하철)역 안에는 무인 사진기 시설이 있다. 이 무인 사진기는 증명사진이나 여권 사진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지하철역 안에 있어서 위치도 괜찮고, 사진을 찍은 후 대략 10초 안에 사진 인화까지 완료되기 때문이다. 이 무인 사진 자판기, 또는 즉석 사진 자판기는 증명사진 기능 외에도 ‘배경사진’ 기능이 있는데, 한때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성인 두 명만 들어가도 비좁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개인이 준비해 온 소품을 이용하거나, 소품 없이도 즐겁게 연출하여 재밌는 사진을 찍는 것이 즉석 사진의 매력이다.
최근 지하철 무인 사진기 또는 즉석 사진관이 진화하고 있다. 변모하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하철역 안에 있는 무인 사진기 자판기를 여러 대 한 곳에 설치한 형태의 ‘즉석 사진 체인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관 스튜디오 형태지만 사진사가 없는 ‘셀프 스튜디오’ 형태의 즉석 사진관이다.
그중 자판기 형식의 즉석 사진 체인점은 ‘인생네컷’, ‘셀픽스’, ‘포토시그니처’ 등이 있다. 부산 대표 번화가인 서면과 그 외에도 부산 곳곳에서 즉석 사진 체인점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생네컷 매장은 멀리서부터 한눈에 확 띈다. 매장 간판과 외관이 핑크색 톤으로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성대 앞 인생네컷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전체 모양은 노래방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앞부분은 사진을 찍기 전 분장, 화장. 옷 갈아 입기 위한 공간이 있고, 그 안에는 노래방처럼 작은 방들이 있어서 각자 자기 사진을 찍게 되어 있다.
인생네컷 매장 입구 쪽 준비 공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각양각색의 소품들이다. 각종 머리띠부터 인형 모자, 화관, 선글라스, 플래카드 등 다양한 소품들이 한 곳에 전시돼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소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한 쪽에는 카드 결제나 기계 오류를 대비해 직원이 상주해 있다. 그곳에서 종이액자를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고,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비닐과 지폐 교환기도 구비돼 있다. 또 이곳에는 전신사진을 찍을 때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의상도 준비돼 있다. 군복부터 환자복, 동물 잠옷, 한복, 깜찍한 캐릭터 코스튬까지 다양하고 재밌는 의상들이 많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사진 촬영 전 자신의 모습을 점검할 수 있는 파우더룸이 있다. 큼지막한 거울로 자신의 외모를 체크하고 화장을 수정할 수 있다. 또 퍼머머리를 만들 수 있는 속칭 ‘고데기’도 준비돼 있어 머리 손질도 가능하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대략 20평 정도의 매장에 5개의 방이 있다. 노래방을 연상시키는 점이 특이하다. 각 방마다 즉석 사진 자판기 한 대씩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 둘, 셋!” 소리와 함께 ‘찰칵’ 카메라 셔터음이 들린다. 한 장당(한 판당) 네 컷의 사진이 찍히며, 사진을 다 찍고 인화될 때까지 약 10초 정도가 걸린다. 인생네컷은 사진 두 장에 4000원으로 촬영이 가능하고, 간편하고 쉽게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사진찍기에 익숙한 10대 2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인생네컷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항상 사람이 붐빈다. 직장인 조진희(24, 부산시 진구) 씨는 “촬영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할 게 없고 단돈 4000원에 매번 다른 느낌으로 촬영이 가능해서 좋다”며 “나중에 (사진을) 모아놓고 보니 추억 회상이 돼서 계속 찍게된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김민규(27, 부산시 동구) 씨도 “일반 사진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대로 쉽고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 사진관 계의 편의점이다”라며 인생네컷의 비용과 편리성을 칭찬했다.
부산 서면에는 ‘포토이즘’, ‘필름 어 타임’, ‘퍼스트룩 스튜디오’ 같은 셀프 스튜디오도 적지 않다. 이중 체인점인 경우도 있고, 개인이 하는 셀프 스튜디오도 있다. 셀프 스튜디오는 사진을 찍기 전 대기 공간과 직접 사진을 찍는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기 공간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점검할 수 있도록 거울, 빗, 고데기가 준비돼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찍었던 셀프 사진들도 전시돼 있어 지루하지 않게 대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보통 한 팀당 10~15분 정도의 촬영 시간이 주어진다. 촬영 시간의 반은 상체 사진을, 나머지 반은 전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촬영 공간은 커튼을 쳐놓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하다.
셀프 스튜디오는 리모컨으로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는다. 한 쪽 벽에는 타이머가 설치돼 있어 남은 촬영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조명과 DSLR 카메라, 그리고 타임랩스를 찍기 위한 카메라도 있다. 또 그 옆에 위치한 모니터를 통해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내 자세나 표정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이 끝나면, 대기 공간에 있는 컴퓨터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두 장의 사진을 선택한다. 선택한 사진은 인화돼서 바로 받을 수도 있고, 보정 작업을 거친 후에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네는 자신의 메일로 사진을 전송받는다.
셀프 스튜디오 사진의 특별한 점은 친구, 연인, 가족뿐만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촬영도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또 즉석 사진 자판기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DSLR 고급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질도 좋고 사진 촬영 후 보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재윤(21, 부산시 진구) 씨는 “셀프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은 (인생네컷 사진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이 찍을 수 있고 추가로 보정이 가능하다. 보정은 필수”라고 말했다. 즉석 사진 자판기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연예인들은 셀프 스튜디오에 방문해 자신들의 모습을 남기기도 한다.
즉석 사진관이나 셀프 스튜디오 사진관은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셀프 사진관이 ‘나나랜드’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나나랜드’란 사회 기준이나 타인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나)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셀프 사진관의 미래는 어떨까? 인생네컷 경성대점을 운영 중인 김대진(27, 부산시 남구) 씨는 “우후죽순으로 즉석 사진관이 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 싸움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단적인 예로 (인형) 뽑기 방처럼, 붐이 일었다가 한 순간에 저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즉석 사진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