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사랑·커피 열정으로 8년...한 바리스타의 ‘브라보 커피 인생!’
독학으로 커피 공부...전국 커피 브루잉 대회에서 1등 수상 공방 운영하며 커피 연구하고 커피 클래스 열어 노하우 전수
우리나라의 커피는 1896년 고종황제가 러시아에서 처음 커피를 접한 이후 새로운 문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후 100년도 훨씬 넘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호음료인 커피지만, 사람들은 커피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커피 한 잔에 담긴 여러 사람의 노력도 모르고 살고 있다.
“커피와 관련된 직업엔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이 질문에 바리스타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커피의 원료인 원두를 감별해 커피의 등급을 판단하는 ‘큐그레이더’부터, 원두를 볶아 커피의 맛을 좌지우지하는 ‘로스터’, 전문적으로 커피를 만들어내는 ‘바리스타’까지 커피 한 잔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로스터 겸 바리스타로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호준(26) 씨는 커피를 만들고, 커피에 살며,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호준 씨는 부산 사상구 출신이다. 학창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그는 비보잉을 배우며 오랫동안 댄서의 꿈을 가졌다. 그는 춤을 계속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원한 서울 소재 한 대학 스트릿댄스과에 합격했다. 합격 소식을 가지고 부산에 내려온 이호준 씨는 한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고 그에게 바리스타는 “오늘 같은 날에는 달달하고 따듯한 카페모카를 추천드려요”라고 말했다. 그 바리스타의 한 마디 멘트가 이상할 정도에 그에게 감흥을 주었다. 그 직후 커피를 만드는 그 바리스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이호준 씨는 무언가 모를 신비한 감정을 가지면서 커피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부터 이호준 씨는 합격한 대학에 다닌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도 커피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그가 커피 공부에 빠지게 된 계기였다. 이호준 씨의 부모님은 그의 선택을 믿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이호준 씨를 지지했다. 부모의 지지와 커피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이호준 씨는 지금까지 커피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처음 커피를 공부할 때, 이호준 씨는 혼자였다. 이호준 씨가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커피를 함께 배우고 공부하는 동호회 같은 문화가 없었다. 커피를 배우기 위해서 그는 혼자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거나 유튜브를 통해 차근차근 커피에 대해 알아갔다. 일종의 독학이었다. 이호준 씨가 어느 정도 커피에 대한 지식을 배운 뒤에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홀로 커피를 공부한 이호준 씨는 남들이 3∼4년이면 할 수 있는 커피 공부를 무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게 됐다. 이호준 씨는 따로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호준 씨가 커피를 공부할 때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었다. 이호준 씨는 “여유가 생긴 지금도 커피를 즐기고 배우는데 자격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자격증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호준 씨는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로스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로스터는 갈색 원두를 볶는 사람으로, 연둣빛 생원두를 로스터기에 투입하여 열을 가해 볶는 작업을 말한다. 이호준 씨는 “커피를 내리면서 내가 내리는 커피에 대해 궁금해졌고 자연스럽게 로스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공방에 상업용 로스터기를 들일 정도로 로스팅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작년 10월, 이호준 씨는 서울숲 커피인디페스티벌에서 ‘란실리오’라는 커피 업체가 주최한 ‘브루잉 스로우다운’이라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브루잉 대회에 참가했다. 브루잉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핸드드립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종이를 이용해 커피를 여과시켜 단순히 중력을 이용하여 커피를 걸러내는 작업이다. 섬세한 컨트롤로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호준 씨는 이 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호준 씨는 “마냥 좋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고 자신의 우승 소감을 말했다.
이호준 씨는 현재 부산 서면에서 ‘제로커피컴퍼니’라는 공방 겸 연습실을 운영 중이다. 제로커피의 ‘제로’는 항상 처음 같은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숫자 ‘0’를 의미하기도 하고 이호준의 J를 의미하기도 한다. 제로커피컴퍼니는 작년 부산 덕천에서 처음 오픈한 뒤 올해 2월 서면으로 이전했다. 공방은 커피를 연구하고 각종 커피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일반인들에게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니다. 카페가 아닌 공방을 차린 이유를 묻자, 이호준 씨는 “약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커피를 공부했지만,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겨 매장보다 공방을 차려 커피를 연구 중”이라며 “무엇보다 아직은 매장에서 커피를 파는 일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커피를 더 연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로커피컴퍼니는 커피시장을 조사하고 공부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바리스타들을 위한 연습실이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찾아와 커피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공간이다. 각자 일하는 카페나 공부하는 학원 등에서 얻은 정보와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정해진 메뉴를 레시피대로 만드는 카페와 달리 제로커피컴퍼니에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커피를 만들고 서로 평을 주고 받기도 한다.
제로커피컴퍼니에는 이호준 씨가 리더로 있는 ‘팀 제로커피’라는 커피 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모인다. 그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에게 먼저 (팀에 들어올 것을) 제안하여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해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팀 제로커피는 나이, 직업, 성별이 다양한 9명의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 제로커피는 커피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팀원들이 매달 두 번 제로커피컴퍼니 공방에 모여 주제를 정해 토론한다. 그 밖의 시간에는 자유롭게 제로커피컴퍼니에 들러 각자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이호준 씨는 제로커피컴퍼니 공방에서 약간의 수강료를 받고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커피를 얼마나 혼자 공부하기 힘들고 어려운 걸 알기에 나만의 노하우를 전하는 클래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올해 3월부터 시작한 클래스가 어느덧 많고 다양한 수강생을 배출했다”고 뿌듯함을 보였다. 현재 클래스에서는 라테아트와 핸드드립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 개개인의 목적에 따라 수업내용과 난이도를 달리 하는 등 인재 배출에도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호준 씨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저 멈추지 않고, 쉬지 않고 계속 커피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사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