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신체검사 기준 완화한 병역판정...이제는 억지로 살 빼도, 쪄도 군대 가야 한다
체질량지수 저체중, 과체중 기준 완화해 현역 입영대상 확대 과거에 BMI 악용해 4급 판정받는 행위자 주변에 다수 있어 떳떳해야 할 공익근무가 부당한 방법으로 도피처 돼 손가락질
국방부는 최근 병역판정 및 입영 신체검사 시 병역처분의 기준인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국방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라 신체등급의 판정 기준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개선하여 병역판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고, 일부 제도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2015년에 발생한 현역병 입영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강화했던 체질량지수(BMI), 편평족(평발), 굴절이상(근시, 원시) 등의 현역 판정을 2014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해 현역병 입영 대상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화된 신체검사와 달리, 정신건강의학과 관련한 판정 기준은 더욱 강화됐다. 국방부는 “현역 및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가 부적합한 인원의 입영/입소를 차단함으로써 야전부대의 지휘부담을 경감 함은 물론, 사회복무요원의 사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개정 내용은 BMI 4급 기준의 완화다. 과거 17 미만, 33 이상이었던 4급 기준이 16 미만, 35 이상으로 완화된다. 키 175cm 기준 과체중은 102kg에서 108kg으로, 저체중은 52kg에서 48kg으로 완화된다.
BMI 관련 개정 내용을 보니 한 사람이 떠올랐다. 5년 전, 나는 수영구의 한 식당에서 시간제 근무를 했었다. 당시 같이 일하던 형의 말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나는 꼭 공익 갈 거야.” 왜 그렇게까지 살을 빼냐는 나의 질문에 그 형은 그렇게 대답했다. 식당 안에서 그 형의 별명은 ‘츄파춥스’였다. 머리 크기가 큰 사람은 아니었으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왜소해진 몸 때문에 마치 막대사탕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그 이유다.
형의 친구는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했다. 친구는 퇴근 후에 학원을 다니는 등 공무원 시험에 몰두해 소집해제와 거의 동시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친구를 보고 감명받은(?) 형은 츄파춥스라는 사람들의 조롱에도 굴하지 않고, 하루에 달걀 반쪽과 오이 몇 조각만 먹으며 마른 몸을 연명해 나갔다.
당시 25세, 지금의 내 나이였던 형은 병역 미필자들을 대상으로 5년마다 실시되는 신체 재검사를 앞두고 있었다. 사정이 생겨 일을 일찍 관두게 된 탓에 형이 어떤 판정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4급, 혹은 그 이하의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체질상 문제가 아닌 과도한 다이어트, 혹은 폭식을 통해 고의로 군대를 빼는 이들은 주변에서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친했던 친구의 근황을 들어보면, 현재 군 면제를 위해 살을 빼거나 찌우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공익근무요원이 SNS나 인터넷상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이유는 이처럼 신체적 결함 없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신의 몸에 흠집을 만들어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멸공(멸치 공익, 저체중으로 인해 4급 판정을 받은 이들을 조롱하는 말), 돼공(돼지 공익), 정공(정신질환자 공익) 등 공익근무요원들을 낮잡아 부르는 단어들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않다.
공익근무는 창피한 것이 아니다. 공익 판정을 받는 과정이 떳떳하다면, 그 복무 또한 떳떳하다. 군 복무를 수행할 수 없는 신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신체기준 완화를 통해, 고의적 공익 판정자들을 축소 시켜 사회복무요원들의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필자는 병장 만기 전역, 군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