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먹방 채널 보고 '폭식 따라하기' 위험 수위
먹방 보고 음식시켜 먹는 소비자 증가...초등학생도 동참 전문가, “폭식은 위탈로 직결, 규칙적인 소식이 건강 습식관”
대학생 이건욱(21, 서울시 동작구) 씨는 평소 유튜브에서 ‘먹방’ 방송을 보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밤늦게 시켜 먹는다. 이 씨는 새벽에 치킨이 먹고 싶어서 배달시켜 먹었는데, 포만감이 느껴져도 아까워서 계속 먹다 체한 적이 있다. 이건욱 씨는 “아무래도 자취하다보니 본가에서 살 때보다 불규칙적으로 먹게 된다. 그래서 종종 밤늦게 야식을 시켜 먹을 때가 많은데, 과식해서 탈이 난 적이 많다”고 전했다. 김태완(25, 울산시 북구) 씨도 “요즘 방송에 먹는 게 자주 나와서 보다 보면 다 먹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종종 무작정 시켜서 먹곤 한다. 그런데 항상 과식하면 탈이 나서 병원에 간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식을 경쟁하듯 자랑하는 유튜브 1인 방송 ‘먹방’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폭식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시대가 온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먹방이라는 소재로 폭식과 과식하는 채널이 많다. 하지만 먹방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위장 질환을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먹방에도 종류가 천차만별 다양하다. 무작정 많이 먹는 먹방, 엄청나게 맵다고 유명한 ‘원칩 챌린지’처럼 매운 음식 먹는 것에 도전하는 먹방, 배달 음식을 먹고 후기를 알려주는 리뷰 먹방 등이 있다.
대개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식욕이 자극되어 유사한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 먹방을 즐겨보는 이재인(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배고플 때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 만족도 하고 ‘원칩 챌린지’처럼 구하기 어려운 매운 음식 먹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괜히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먹방을 보고 나서 나도 한 번 시켜 먹어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성환(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도 “먹방을 보면 입맛이 없을 때 식욕 증진도 시켜주고 배달 음식도 소개해 줘서 배달 주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먹방들이 시도하거나 소개하는 음식의 공통점은 과도하게 양이 많거나 대부분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맵고 짠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친구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 먹방을 직접 따라 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폭식해서 탈이 난 사례가 많다. 성제민(11, 울산시 중구) 군은 “내 주변 친구들도 먹방 좋아해서 유튜브에 나오는 먹방들을 다 안다. 편의점에서 친구들이랑 먹방 보면서 따라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탈이 나서 집에 급하게 뛰어가 큰 볼일을 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김민서(11, 울산시 중구) 양도 “친구들이랑 종종 놀이터에서 만나면 다 같이 먹방 영상을 본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따라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끔은 따라서 먹어도 봤는데, 탈이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먹방을 자주보다 직접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어 먹방 방송을 찍어 본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생 이강표(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직접 유튜브에 ‘사족보행’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만들어 먹방 방송을 찍어 업로드했다. 이강표 씨는 “요즘 먹방 영상이 유튜브 인기에 많이 올라와서 나도 한 번 찍어볼까 해서 찍었다. 마침 치킨 배달 기프티콘이 있어서 재미 삼아 했는데 먹방이 보기엔 쉬웠지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승헌(21, 부산시 남구) 씨도 “동아리에서 프로젝트로 영상을 만들 기회가 있어서 유행인 유튜브 먹방 영상을 찍게 됐다. 하지만 영상을 찍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찍으면서 많이 먹게 됐다. 그중 내가 찍은 음식이 인스턴트인 튀김이어서 먹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해져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1인 유튜브 먹방이 흥행하면서 무분별하게 따라하는 수용자들이 증가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시청자 미디어재단 관계자는 “센터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시키는데, 이들의 관심은 요새는 단연 1인 미디어, 유튜브다. 유튜브를 볼 때는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보고 해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먹방이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모 임화진(41, 울산시 중구) “우리 집 아이들이 유튜브 먹방을 보고 호기심에 먹고 싶다 해서 구매해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입맛에 맞지 않아 다 버렸다. 먹방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조장한다. 그리고 시킨 음식은 대개 먹방처럼 과식이나 폭식까지 흉내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영진(47, 경남 거제시) 씨도 “아이들이 먹방이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하도 유행이라고 해서 나도 한 번 유튜브 먹방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무작정 많이 먹는 것에 경악했다. 혹시나 우리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하면 어쩌나 걱정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2018 국제 암연구소(IARC)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암 중 위암은 세계에서 발병률 1위로 꼽을 만큼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그중 184개 나라 가운데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및 국제 암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에서는 23만 2255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고, 그중 위암은 남녀를 합쳐서 2만 9685건으로 전체 암 발생 건 수의 12.8%로 1위를 차지했다.
국가 암정보 센터 상담 관계자는 시빅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위암 원인 중 식생활에서 짠 음식, 탄 음식, 질산염 화합물(가공된 햄, 소시지류 등)이 위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문정규 원장은 과식과 폭식,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위염을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으나, 자극적인 음식의 폭식이 위암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여부는 의견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문정규 원장은 “풍선을 너무 많이 불면 풍선이 커지고 압력이 높아지면서 급기야는 터지는 것처럼, 과식이나 폭식은 역류성 식도염이나 장운동에 방해가 돼서 위에 탈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먹방이 유발하는 폭식의 위험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