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보다 이상 앞서는 '종부세'...납세자 감당 가능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집값보다 비싼 전셋집 사는 사람에게 종부세는 없다 종부세 부담 느끼는 실거주자들 구제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뜨거운 감자는 ‘종부세’다. 종부세란 종합부동산세를 줄인 말로 국세청이 일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 및 주택 소유자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 정부는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세금 부담으로 부동산 매도를 유도해 집값 안정이 될 수 있도록 종부세율을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부자들이 낸다고 해서 ‘부자세’라고도 불리는 종부세를 통해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도 보인다.
그런데 왜 종부세는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일까? 정답은 종부세의 모순에 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문제는 현재 전세로 사는 사람의 경우 종부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강남의 집값에 달하는 고액 전셋집에 사는 사람들이 집 소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오히려 종부세로부터 자유로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종부세는 많은 모순과 허점들이 존재한다.
내 주변에도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거주하는 외갓집과 부산 수영 광안동에 거주하는 이모네는 많은 종부세를 내고 있다. 두 집 모두 계속해서 늘어나는 종부세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종부세를 내는 이들이 높은 가격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높은 종부세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모의 경우, 수영구의 아파트를 6억 정도에 구매했는데, 지금은 15억을 넘어섰다. 이모에게 실거주하는 아파트를 매도하는 것도, 높은 종부세를 내는 것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의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해서 높은 종부세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하고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내일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이들에게 이런 걱정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높은 가격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세금이 높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나 또한 종부세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종부세만큼 현실적으로 소득 격차와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정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부세의 원래 목적을 흐리는 허점들은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는 ‘부자의 면죄부’가 아니다. 종부세는 가파르게 오른 우리나라 집값과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할 복잡하고 섬세한 정책이다. 무리하게 종부세율을 상승시키는 것보다 종부세를 내야 하는 기준을 보강하고, 많은 이들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것이 옳다. 지금 현 정부는 이상보다 현실을 더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