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소비 시대 악용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꾼 날뛴다
위장 안전거래 사이트·중고생 대포통장 등 중고거래 사기 수법은 급속 진화 중 가입탈퇴 자유로운 카톡만 고집하는 판매자는 사기 경계 대상 사기범 잡아도 손해배상은 별도 소송 필요...사기 안 당하는 게 최선 비대면 시대의 역설...경찰, “직접 거래가 최고다, 만나서 거래하는 사기범은 드물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요즘, 직접적인 만남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방식인 ‘언택트’ 소비 시대가 열리면서 최근 이를 악용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가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4년 5만 6000여 건이던 인터넷 사기가 2019년에는 13만 6000여 건으로 5년 사이 약 8만여 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터넷 사기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전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터넷 사기 중 비대면 거래를 악용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건수가 같이 늘었다. 중앙 경찰청 사이버 수사 관계자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거래 형태가 비대면으로 전환돼 사이버 중고거래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1조 원이던 거래액이 올해는 1조 3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터넷 중고거래가 폭증하면서 덩달아 사기 방식도 다양하고, 치밀하고, 지능적인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선입금 사기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중고거래 사기 수법은 선입금 사기다. 구매자가 판매자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되고 물건도 오지 않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쉽게 사기 칠 수 있어, 사기 초범자나 사기 재범자 가리지 않고 선입금 사기 방식이 성행한다.
대학생 A 씨는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만 5000원 상당의 도서 상품권이 3만 원이란 싼 가격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자신은 상품권을 사용할 일이 없어 싼 가격에 처분한다고 말했고, A 씨는 설마 이런 푼돈도 사기를 칠까 싶은 마음에 의심하지 않고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그 이후 판매자는 잠적해버렸고, 화가 난 A 씨는 소액이지만 괘씸한 마음에 경찰서에 신고했다. A 씨는 “소액이고 굳이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도 됐지만 잡혀서 경찰 조사를 받아 보라는 생각으로 경찰서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 중에 있다.
택배 발송 사기
사기 의심은 택배를 무사히 받아서 물건을 확인하는 그 순간까지 내려놓으면 안 된다. 중고거래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대개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낸다. 편의점에는 셀프로 택배를 보내는 택배 기계가 있고, 여기에 보내고 받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 등을 입력하면 포장된 물건 위에 부치는 운송장이 출력된다. 이를 물건에 붙여서 편의점 알바에게 전달하면 물건이 택배로 실제 우송되지만, 사기꾼은 그렇게 편의점에서 출력한 운송장을 구매자에게 사진으로 보내준 뒤 택배를 발송하지 않고 잠적해버린다. 이게 바로 택배 발송 사기다.
대학생 B 씨는 고등학생 때 아이폰을 사고 싶어 중고사이트에서 찾아보던 중 50만 원이란 싼 가격에 올라와 있는 아이폰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판매자는 입금 다음 날 핸드폰 포장하는 사진, 포장해서 박스에 넣은 사진, 편의점 택배로 부치고 운송장(이것이 바로 택배 셀프 기기에서 운송장만 출력한 것) 번호까지 보냈다. 하지만 보이는 운송장 번호로 아무리 조회해도 계속 배송 준비 중이라고만 떴고,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택배는 오지 않았고, B 씨는 그 길로 바로 경찰서에 달려가 사기 신고를 했다. 사기범은 잡혔으나, 사기범이 경찰에 이미 돈을 돌려줬다고 거짓 진술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B 씨는 아직도 경찰에게 돈을 못 받았다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수사가 완료된 상태이므로 민사로 법원에 소송해야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B 씨는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소송할 생각을 할 수도 없었고 그냥 돈 받길 포기했다. 아직도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안전거래 사이트 사칭 사기
최근 성행하는 사기 방식 중에는 ‘안전거래 사이트’를 사칭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명 안전거래 사이트를 사칭한 사이트를 개설한 후 구매자에게 안전결제를 하자며 가짜 사이트 링크를 보내준다. 그러면 구매자는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돈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지불할 판매대금을 입금한다. 구매자가 입금한 것을 확인한 사기범은 수수료 1000원을 알려주는 것을 깜빡했다며 수수료 1000원과 판매 대금을 한 번 더 입금하지 않으면 입금 확인이 안된다고 거짓말한 후, 대금에 수수료 1000원을 합한 금액을 다시 보내달라고 말한다. 수수료를 합한 금액을 다시 보내면, 그전에 입금한 판매대금은 그대로 환불된다고 거짓말한다. 그러나 결과는 판매대금의 두 배를 사기해 먹는 수법인 것이다. 이게 전형적인 안전거래 사이트 사칭 사기범의 패턴이다. 안전거래 사이트를 사칭한 사이트는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다. 입금 기능 이외의 버튼은 클릭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요즘 이런 사칭 사이트를 이용한 사기가 많아졌다. 수수료 1000원이 입금되지 않았다고 입금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는 없으니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대학생 C 씨는 카메라를 사기 위해 중고사이트에서 물건을 알아보던 중, 원하는 물건이 30만 원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판매자와 연락했다. 사진과 전화번호를 요구했지만 판매자는 말을 돌리면서 먼저 안전거래를 이용하자고 제안했고, C 씨는 의심스러웠지만 안전거래라니 믿고 거래하기로 마음먹었다. 입금 후 판매자가 갑자기 수수료 1000원이 입금되지 않아 입금확인이 안된다며 수수료 1000원을 합친 30만 1000원을 다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 먼저 보낸 30만 원은 자동 환불된다고 했다. 여기서 사기임을 알아차린 C 씨는 먼저 30만 원을 자기에게 환불해 주면, 1000원을 보태서 30만 1000원을 다시 입금하겠다고 요구했다. 판매자는 조잡하고 가짜 티가 나는 환불 내역서를 먼저 보내주면서 “돈은 곧 환불될 거다, 물건 보냈다”고 거짓말하고는 그후 연락을 끊어버렸다. C 씨는 “내가 계속 속았으면 두 배로 사기당할 뻔했다 생각하면 열불이 터진다. 사기 쳐서 남의 돈 뺏는 사람들이 언제까지 잘 살 수는 없다.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포통장 이용한 사기
사기범들은 돈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 중고등학생을 이용하기도 한다. 중고등학생에게 접근해, 계좌번호를 빌려주면 달마다 얼마씩 주겠다고 꼬드긴 뒤, 학생의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것.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르는 중고등학생들이 공돈이 생긴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사기범들의 타깃이 된다.
대학생 D 씨는 최근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중고사이트를 뒤지다 40만 원에 올라와 있는 물건을 보고 얼른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연락처와 물건인증 사진까지 다 받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돈을 입금했다. 문제는 그 후 판매자의 카카오톡 계정이 사라졌고, 물건이 오지 않아 아무리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해도 판매자가 받지 않았다. 그렇게 사기당한 D 씨는 온라인으로 사기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 출석하기 전 혹시 몰라 페이스북을 뒤졌다. 어린 중고등학생들 중에 종종 페이스북 소개 글에 자기 은행계좌 번호를 올려놓고 “여기에 입금해”라고 장난하는 경우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페북의 검색 기능으로 여기저기 검색하다 드디어 사기범의 계좌번호를 페이스북에서 찾을 수 있었고, D 씨는 바로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계좌 주인과 연락이 닿은 D 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계좌 주인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계좌번호를 빌려준 고등학생이었던 것. 학생은 자기 통장이 이런 곳에 쓰일 줄은 몰랐다면서 미안하다고 자기 계좌에 들어온 돈을 환불해 줬다. D 씨는 “고등학생까지 사기에 동원될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만약 본인이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신고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꼭 들고 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신분증(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사기범과의 카톡이나 메시지 대화 내역, 은행 입금 확인증이 필요하다. 신분증은 복사본 말고 꼭 실물을 가지고 가야하고, 대화 내역과 은행 입금 확인증은 꼭 A4용지에 출력해서 챙겨 가야 한다. 이것을 들고 동네 파출소나 지구대가 아닌 지역 경찰서를 방문해야 한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신고 접수가 가능해 온라인으로 신고를 먼저 하고, 거주하는 동네와 가까운 경찰서로 서건이 이송돼 출석하라고 연락이 오면, 그때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기범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정보가 적어도 괜찮다.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만 알아도 신고할 수 있다. 사기범이 전화번호를 개통한 지역이나 통장을 만든 지역을 알아내 사건을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쓰는 것을 끝내면, 이제는 기다림밖에 없다.
하지만 사기범이 잡히더라도 꼭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기범이 스스로 돈을 돌려주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민국 법은 형사법과 민사법으로 구분되며 형사법은 형사처벌을 담당하고, 민사법은 개인 간의 분쟁에 따른 판단을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손해배상 등은 처벌 여부와는 별개의 민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고거래는 싼값에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러한 사기의 위험 속에서도 계속해서 거래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요새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중고거래가 더 성행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게 물건이 사이트에 올라온다든가, 판매자의 전화번호 같은 간단한 신상정보나 인증 사진과 같은 물건 정보를 요구했을 때, 이를 거부하거나 말을 돌리면서 빨리 입금하게 재촉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대학생 E(21, 경남 양산시) 씨는 최근 싼 가격에 올라온 아이패드를 구매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거래를 하자고 요구했다. 판매자의 과장된 행동에 당황한 E 씨는 거래를 그만뒀다. E 씨는 “물건이 싼값에 나와 조급함에 얼른 거래를 진행하려 했지만 느낌이 이상해서 그만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여준 주민등록증이 가짜였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하면 사기범일 가능성이 높다. 전화번호는 바꾸는 것이 번거롭지만 카카오톡은 언제든지 탈퇴하고 다시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기범들은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하길 원한다. 구매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프로필 사진을 셀카나 가족사진으로 해놓는 경우가 많으니, 프로필 사진이 일상적이고 가정적이라고 해서 믿으면 안 된다.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해외에서도 만들 수 있고 대포폰으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기범들이 애용한다”고 조언했다.
중고사이트에 물건 정보가 사진으로 올라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물건에 대한 설명, 연락처까지 텍스트가 아닌 글을 캡처한 사진으로 올라와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사기범들이 인터넷에 올린 다른 글들이 검색되지 못하도록 텍스트가 아닌 캡처 사진으로 대체해 물건을 올려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래 전,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사기 이력조회가 가능한 ‘사이버캅’, 사기 피해 공유 사이트 ‘더 치트’ 등에서 사기 전과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를 조회해보는 것이 좋다. 사기범들의 사기 전적이 다 뜨기 때문에 사기범을 거르는데 결정적인 역할한다.
사기를 예방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대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직접 판매자와 만나 그 자리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상태를 본 뒤 돈을 입금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고 좋은 방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되도록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것이 좋다. 직접 만나서 사기를 치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