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장밋빛 환상 다시 보기

2016-05-29 칼럼리스트 크리스천 버그마이스터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그 존재와 영향력의 그늘에서 인간이 벗어나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이 소셜 미디어, 혹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편집자주: 소셜 미디어는 영미권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SNS를 더 많이 사용함. 여기서는 두 용어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를 수시로 들여다보는 습관은 이제 우리가 날씨나 그날 톱뉴스를 체크하는 습관만큼이나 자연스런 일상사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뉴스 피드(news feed)’라고 뉴스라는 용어가 들어간 제목으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결국 페북 정보도 뉴스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나 페북 뉴스 피드의 뉴스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우리가 접하는 전통적 뉴스와는 다르다. 페북의 뉴스는 사회적이고 선택적이다. 우리가 SNS에 접속해서 들어가는 행동은, 우리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을 여는 것과 같다. 이 창문은 투명하며 쌍방향적이어서, 내가 이 창문을 통해서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남도 내 일상을 똑같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들은 그곳의 정보를 뉴스라고 부르지만, SNS 유저들은 페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모든 정보, 혹은 뉴스는 피상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는 의견이 난무하고 사실(fact)은 드물다. 간혹, SNS는 ‘진짜(real)’가 아닐 수도 있다. SNS 상의 정보는 본질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SNS에 글을 올릴 때 대개 자신에게 극도로 긍정적인 내용만을 올려서 남들이 보게 하고, 어떤 글은 절대로 올리지 않아서 남들이 읽을 필요도 없게 한다. 올라 갈 내용이 최근의 이태리 여행 사진이든, 새로 찾은 맛집 음식을 칭찬하는 것이든, 우리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을 세상과 공유한다. 이때 우리는 부정적인 경험은 거의 올리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SNS를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실제 겪고 있는 고통이나 고민이 이 세상에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우리 인생에서 그런 부정적인 인생 경험은 없을 수 없다. 마치 SNS에는 인생의 고통을 공유하는 것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페북에는 ‘좋아요’ 버튼은 있어도 ‘싫어요’ 버튼은 없다. 혹자는 이것을 잘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인터넷 토론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 우리말로는 ‘악풀러,’ '일베충,' 또는 ‘키보드 워리어’에 해당됨)”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이들은 익명으로 남을 비방하며 극혐 언어를 퍼트리기도 한다. 전쟁, 죽음, 비극, 슬픔은 전통적인 미디어에 넘쳐나지만, 소셜 미디어에는 장밋빛 세상만이 넘쳐난다. 며칠 전, 나는 중앙일보에서 ‘소셜 미디어 vs. 진실성(reality)’이란 주제의 글을 우연히 읽게 됐다(//goo.gl/8NhzJk). 이 글은 우리의 실제 자아와 온라인상의 자아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면서 소셜 미디어에서 나타나고 있는 진실성 이슈에 대해서 깊게 논의하고 있었다. 이글의 필자는, 소셜 미디어에서 순진하게 과장하는 글을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정보를 날조하는 사기성 행동으로까지 번지는 진실성 일탈 행위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소셜 미디어 허언증 환자(social media mythomania)로 알려진 병적인 거짓말 증세가 SNS 유저들 사이에서 일종의 중독적 현실도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세상에서 우리의 모든 것이 현실이란 벽 앞에서는 제한되어 있지만, 사이버 상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을 바꾸거나, 사회적 신분을 상승시키거나, 대중의 인기마저 얻을 수 있는 길들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사이버 상에서 우리는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갖느냐에 따라서는 우리가 원하는 그 어떤 존재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일은 자기가 속한 사이버 집단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인터넷에서 남을 기만하는 일은 '복사하기'와 '붙이기' 버튼만 누르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하다. 그만큼 인터넷 상의 기만은 유혹 그 자체다. 그러나 SNS 유저들은 그렇게 순진하거나 어리석지 않다. 최근 많은 SNS 유저들은 온라인상에 나타난 사람들의 경력이나 신분이 정확하게 실제와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랑질’하는 사진과 글들은 여전히 SNS에서 넘쳐나고 있다. ‘사진 상 완벽함’을 자랑하는 경향은 오늘날 모든 미디어에 번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이들의 미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과 모범 사례를 가르쳐야 할 교육계에서도 만연하고 있다. 피츠버그 대학의 최근 연구(//goo.gl/l3GwBZ)는 소셜 미디어를 과도하게 이용하면 우울증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수시로 남과 자기를 비교하게 되면, 우리는 “남의 떡이 내 떡보다 더 커 보인다”는 속담과 같은 현상을 겪게 되며 남이 나보다 더 행복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각자 자신의 삶이 보잘 것 없거나 좋지 않다는 믿음을 갖게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내가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고립감을 벗어나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좌우 문맥도 고려하지 않고 자기와 남을 비교하게하고 경쟁하게 하는 심리도 조장한다. 단 몇 시간이라도 소셜 미디어를 체크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소셜 미디어를 잠정 중단하게 되면 발생할 고립감은 곧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지인들의 중요 행사에 내가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뜻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현상 때문이다. 위에서 소개한 중앙일보 글에는 인스타그램 스타였던 에세나 오닐(Essena O’Neil) 사례가 언급돼 있다. 나도 몇 달 전 영국 <가디언> 지 인터넷 판에서 에세나에 대해 읽은 바 있다(//goo.gl/F2RZG9). 에세나는 6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우어를 가진 인스타그램의 소녀 스타였다.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2,000장 이 넘는 그녀의 사진을 모조리 지웠고, 그녀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모조리 퍠쇄해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한 유튜브 비디오에서는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그 비디오에서 그녀의 사진은 모조리 편집되었으며, 그녀는 ‘좋아요’를 더 많이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고, 그녀 사진 대부분은 관련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연출된 것임을 밝혔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나타난 그녀의 삶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에세나와 같은 솔직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 점에서 더 이상 사진 속에서 완벽한 것처럼 사는 기만적 삶을 거부하고 정직하게 고백한 그녀의 행동은 더욱 돋보였다. 많은 언론들은 그녀의 진실 폭로에 그녀의 팬들과 팔로우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녀가 소셜 미디어를 완전히 떠난 것에 대해 일부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서, 다른 인스타그램 스타들에게 팔로우어들은 에세나와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고, 그들이 지금까지 올린 사진과 글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그들을 전전긍긍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일상사도 올리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페북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음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몇 달 전, 내 친구 한 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그 사실을 즉각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구두로 알렸고, 그 다음에는 페북에도 이 사실을 널리 알렸으며, 그후에는 그녀의 병세를 열심히 페북에 수시로 업데이트했다. 그녀의 페북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모른 체했을까, 아니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거북해 하거나 난처해했을까? 페북 친구들의 반응은 그 반대였다. 그녀의 회복을 비는 애정과 격려로 가득한 댓글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도 그녀의 당당한 용기와 열린 마음에 감동해서 그녀에게 화학요법 암 치료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페북으로 전했다(편집자주: 그녀는 무사히 화학치료를 마치고 회복 중에 있으며, 페친들의 성원 덕분인지, 주치의는 그녀가 암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필자가 전했다). 그후, 그녀의 페북 친구들이 페북을 통해서 그들의 좋은 뉴스는 물론 ‘동시에’ 나쁜 뉴스도 적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애인과 헤어진 후 괴로운 마음을 적은 애절한 시를 올렸고, 다른 친구는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의 치료 과정을 소상히 올리기도 했다. 그들 모두는 페북 친구들로부터 많은 ‘좋아요’와 동시에 무수한 격려 댓글을 받았다. 현실 세계든 SNS 세계든, 균형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SNS에서 항상 긍정적인 정보만 공유하기를 원하는 경향을 갖는 것은 SNS의 피상적인 성격에 기인한다. 우리는 페북에 올라온 사람들의 모습과 일들이 진실인지 진지하게 인식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피상적으로 ‘보고’ ‘공유할’ 뿐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은 얼마든지 속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각자의 성공과 실패 모두를 공유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이다. 친구들과 자신들의 부정적 삶의 측면을 공유하고 격려를 구하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SNS는 사람들의 성취를 축하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힘을 모으도록 사람들을 규합할 수 있는 기능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 참여자들이 진실의 장으로 나와 솔직하게 대화할 때 소셜 미디어는 편견에 불과한 장밋빛 환상을 멀리 떨쳐낼 수 있다. 우리가 모두 진실을 추구하고 거짓을 혐오할 때, 그리고 우리가 소셜 미디어를 열린 마음과 정직한 자세로 다시 시작할 때, 소셜 미디어는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테크놀로지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쓴 이는 캐나다 출신 크리스천 버그마이스터(Christian Burgmeister) 교수다. 버그마이스터 교수는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미디어 학과 석사 출신으로, 현재 경성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World Media,’ ‘Mass Culture’ 등의 과목을 강의한다. 위 칼럼은 아래 영어 원문을 변역한 것이다.

Looking at Social Media Through Rose-Tinted Glasses

The ubiquity of social media has made its presence and influence inescapable. The habit of checking our social networking services (SNS) has become as natural as checking the weather or reading the day’s top news stories. After all, updates and information on Facebook are categorized under the heading “News Feed”. But this news is unlike traditional news – it’s social and selective. Each time we log into our SNS, we open a window through which we look at other people’s lives. This window is transparent and two-way, as others are allowed a glimpse at our own lives as well. Even though social media labels it’s information as “news”, SNS users must remember that the information they find on Facebook, Twitter and Instagram is often superficial and subjective. Opinion is rampant and facts are scarce. At times, SNS just isn't ‘real’. One of the problems with information on SNS is its biased nature. We carefully choose what information we share on SNS (and what not to share), with most of it being overwhelmingly positive. Whether it’s uploading photos of a recent trip to Italy or complimenting the food at a new restaurant, we share our life experiences with the online world. Rarely does a negative experience, either our own or from others, find its way onto our SNS feeds. It’s not as though there are no negative experiences in our lives, as some of us have many hardships. Instead, there is an aversion to sharing those experiences. As we all know, there is no “dislike” button on Facebook. Some people may argue that this is the way it should be. Anyone who posts comments on forums and online discussion boards is aware of internet “trolls”, those who use anonymity as a means to criticize others and spread hateful words. With a buffet of war, death, tragedy and sadness offered via traditional media, using social media is a chance for us to wear rose-tinted glasses. A few days ago, I came across an article about social media vs. reality from the Korea JoongAng Daily: //goo.gl/8NhzJk. It provided a more in-depth look at the issue of truth within social media, including several anecdotes demonstrating the contrast between our real selves and our online selves. Sometimes the difference between the two can be startling. The article explains how easy it can be to deviate from reality, starting with an innocent exaggeration to providing full-blown fake information online. Pathological lying on social media, or “social media mythomania” as it is also known, is an addictive form of escapism for some SNS users. While the real world has its limitations, the virtual world offers a myriad of ways in which we can change our identity, improve our social standing or increase our popularity. We can be whoever we want to be, depending on our moral compass. For some, lying via social media is an attempt to get attention and acceptance by online communities. It’s a tempting offer, as deception online is as simple as pressing the ‘copy’ and ‘paste’ buttons. But participants of social media are not ignorant or naive. Most SNS users realize that online profiles and status updates are not an accurate depiction of reality. However, images and words describing perfect lives continue to flood our news feeds. The idea of the ‘picture perfect’ life is perpetuated in all media and even education, where we are taught and shown examples of how all our dreams can be realized. However, it presents a sad reality for those who do not attain such high standards. A recent study by the University of Pittsburgh (//goo.gl/l3GwBZ) concluded that heavy social media use can increase the risk of depression. By using social media and comparing our lives to others, we literally experience the idiom “grass is greener on the other side” and believe that others lead happier lives. This, in turn, causes us to believe our own life is boring or not good enough. Social media creates a feeling of connectedness to our friends and acquaintances but also stirs a sense of competitiveness and comparison without context. Resisting the urge to check social media can be difficult, even just for a few hours. This is because it creates the feeling of FOMO (fear of missing out), where we may feel like we missed an important event or update since we disconnected. The JoongAng Daily article from above mentions Essena O’Neill, an Instagram celebrity whom I remembered reading about on The Guardian website a few months ago (//goo.gl/F2RZG9). Essena was a teenage social media personality with over 600,000 Instagram followers who suddenly deleted her social media account, including 2,000 photos. In a YouTube video explaining her actions, she revealed the meticulousness of taking and editing the photos, her obsession with getting ‘likes’ and that she was paid for marketing products in her photos. Basically, she admitted her Instagram life was far from reality. While cases like Essena’s are rare, it is striking for its honesty and rejection of a picture-perfect online presence. Judging from comments on the news story about her, many fans and fellow Instagrammers were shocked by her epiphany. Her departure from social media wasn’t without criticism however, as it left other Instagram celebrities scrambling to explain how their accounts were more ‘real’ and didn’t have the same problems as Essena’s. So what happens when someone shares negative life experience on social media? Looking to my own Facebook friends as an example reveals much. A few months ago, a friend was diagnosed with cancer. After telling her family and close friends, she decided to share the news on Facebook and actively update her friends on her progress. How did people respond? With silence or awkwardness? Actually, it was quite the opposite. The outpouring of loving and supporting comments for her was incredible. Inspired by her openness and courage, I contacted her to let her know that I was thinking about her, wishing her the best of luck with her chemotherapy treatment. Other friends have also used Facebook to write about the good AND bad in life. One friend wrote a heartfelt poem about a recent break-up with her boyfriend while another friend documented his struggles with mental health medication. Both friends received countless ‘likes’ and comments of encouragement from their Facebook communities. Balance is of utmost importance, whether in reality or in SNS. The need for us to share only positive information online comes from the superficial nature of SNS. We VIEW photos and SHARE updates rather than perceive people and events as they really are. As we all know, looks can be deceiving. It’s best to remember that social media is an outlet where we can share our greatest successes and our setbacks. There is no shame in seeking support or sharing a negative experience with friends online. SNS has the power and gravity of bringing people together whether its celebrating a success or rallying behind someone in need. We can safely put away our rose-tinted glasses, as social media communities demonstrate a growing acceptance of people as they actually are. Since all of us pursue the truth (and hate to be deceived), it benefits us all if we start by being open and honest with oursel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