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섭지코지 숲의 아름다움, 쇠소깍 호수의 경이로움, 저지오름 풍광의 향긋함, 그리고 협재해수욕장 바다의 상쾌함
섭지코지는 '올인' 등 각종 영화 촬영지로 인기 쇠소깍에서 조각배 '테우' 타고 보는 주변 경치는 천하 일품 저지오름은 '대한민국 아름다운 숲' 대상에 선정 오설록 차 문화 기념관도 빼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섭지코지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섭지'는 좁은 땅, '코지'는 곶(바다로 돌출한 지형)의 제주 말이다. 성산 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제주도가 이 땅을 개인에게 팔아버려서 '풍경의 사유화' 또는 '경치의 사유화'가 되어 버렸다. 이후 관광객들은 사유지를 피해 돌아가서 붉은 오름에서 성산 일출봉을 볼 수 있다.
섭지코지는 2003년 TV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여주인공인 송혜교가 생활했던 수녀원 세트장과 드라마 기념관인 '올인 하우스' 등이 있었지만, 2014년 이들을 없애고, 과자 마을이란 컨셉트를 입힌 '달콤한 하우스'로 개조했다. 그 외에 영화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등을 섭지 코지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있는 '쇠소깍'은 원래는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라는 지명을 갖고 있었는데,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어 ‘쇠소깍’이라고 붙여졌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쇠소는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형성된 계곡 같은 골짜기로 이름만큼이나 재미나고 독특한 지형을 만들고 있다. 쇠소깍은 서귀포 칠십 리에 숨은 비경 중 하나로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또 이곳의 명물인 '테우'라고 하는 작고 평평한 뗏목이 있는데, 줄을 잡아당겨 맑고 투명한 물 위를 유유히 가르며 갖가지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 등 쇠소깍의 구석 구석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적인 자랑거리다.
쇠소깍이 위치한 하효동은 한라산 남쪽 앞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감귤의 주산지로 유명하여 마을 곳곳에 향긋한 감귤 냄새가 일품이다. 주변에는 주상절리대, 중문해수욕장, 천제연 폭포 등 유명한 관광지가 많아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처음 우리나라의 소중한 보물섬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바닷가에 반한다. 그러다가 몇 번 더 제주 섬을 찾게 되면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오름'이다.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과 그 오름에서 굽어보는 제주의 또 다른 풍광은 제주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의 정점이지 않을까 싶다.
한라산이 거느리고 있는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풍광과 느낌을 선사한다. 은빛 억새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오름, 소와 말이 노니는 이국적인 정취의 오름, 굼부리(분화구)에 연못이 있는 오름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 섬이 갖는 기생 화산(오름)의 수로는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만만한 동네 뒷산 같은 능선에 올라가 봐야 별 것 있겠냐고 여기기 쉽지만, 올라가 보면 밑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덕분에 매년 제주여행을 가도 지겹기는커녕 늘 새로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
아름답고 개성있는 오름들 가운데 드물게도 울창한 숲을 가진 오름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저지오름이 그 주인공. 오름을 굳이 구분하자면 억새오름, 민둥오름, 숲 오름으로 나뉜다는데, 저지오름은 대표적인 숲오름이다.
2007년 산림청이 주관하는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해 어떤 오름일까 궁금했다. 이 오름은 저지리의 수호신처럼 마을 한 복판에 둥그렇게 서서 주변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이 오름을 중심으로 5개(중동, 남동, 성전동, 명의동, 수동)의 작은 마을이 모여 있다.
제주 서쪽의 중산간에 터를 잡은 저지리는 옛 생활 모습을 간직한 마을이다. 집들마다 어깨 높이의 새까만 돌담들이 이어져 있고, 돌담 너머 마당엔 때깔 고운 감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그 위로 병풍마냥 둘러쳐진 저지오름을 보고 있자니, 마을과 오름이 잘 어우러진다. 저지리 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연합이 올해의 아름다운 마을로 뽑았다고 한다. 여기에 저지오름도 한몫했을 듯싶다.
협재 해수욕장은 제주시 서쪽 32km 거리의 한림 공원에 인접해 있다. 조개껍질 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백사장 길이 약 200m, 폭 60m, 평균수심 1.2m, 경사도 3~8도인 이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 단위의 해수욕장으로 적합하다.
또한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소나무 숲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이 해수욕장의 남서쪽 해안은 금릉 해수욕장과 이어져 있는데, 주민들은 두 해변을 합쳐 협재해수욕장이라 부른다.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한림공원, 협재굴, 명월대, 황룡사, 영각사 등이 있어 해수욕과 함께 주변을 둘러볼 수 있으며, 특히 해수욕장 정면에 보이는 비양도의 모습은 맑고 깨끗한 해수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아름답다.
초원승마는 일반적인 트랙 코스가 아닌 우보악 오름과 서귀포 해안절경을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초원코스다. 날씨가 좋은 날 저 멀리 마라도와 롯데 스카이골프장 36홀을 내려다보며 자연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승마코스였다.
승마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바로 킹스톤 호텔로 갔다. 롯데 호텔에서 길 건너편에 5성의 호화호텔 킹스톤 호텔이 있다. 호텔 꼭대기에 이름도 아름다운 '하늘 오름' 식당이 있다. 저녁 정식이 100달러 정도이며, 고급 포도주를 제공한다고 자랑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 이들 철준이 친구가 제주도에 중국재벌이 시작한 거대한 호텔과 카지노 사업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그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맛있게 즐겼다.
마지막 날, 비행장 가는 길에 '오설록 차 문화 기념관'을 들렸다. 오설록은 제주도 서광다원 입구에 세워져 있으며, 동서양,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문화 공간이자 자연 친화적인 휴식공간이고, 녹차와 한국 전통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이기도 하다.
오'설록(o'sulloc)은 'origin of sulloc, only sulloc, of sulloc cha'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설록차의 기원이자 뿌리가 되는 제주도에서 설록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를 줄여서 'oh! sulloc'이라는 감탄의 의미를 경쾌하게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