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콘텐츠 전쟁 속에서 지상파 ‘올드 예능’ 인기 강세
레트로 열풍·미디어 시장의 변화 효과 짐작할 수 있어 옛날 방송의 유명한 밈(MEME) 사용부터 재생산까지... 시청자들 만족
콘텐츠 전쟁 속에서 항상 선택되는 ‘조회수 보증수표’가 있다. 바로 옛날 예능·드라마·가요프로그램 등 옛날 콘텐츠다. 콘텐츠 전쟁이 펼쳐지는 유튜브에서 그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약 10~20년이 훌쩍 지난 프로그램을 아직도 재방송하는 TV도 마찬가지다. 이런 올드 예능의 인기에 “요즘 TV에서 하는 예능보다 옛날 예능이 더 재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옛날 콘텐츠로 승부하는 곳은 지상파 방송사다. 특히, MBC의 ‘오분순삭’, ‘옛날예능’, ‘옛날드라마’ 등은 유튜브 이용자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무한도전’, ‘하이킥 시리즈’ 등 옛날 콘텐츠를 재가공해 이용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MBC의 이런 유튜브 채널들은 기본적으로 20만 구독자를 넘겼고 이 중에서도 ‘오분순삭’은 구독자 수 100만을 앞두고 있다.
이에 질세라 SBS와 KBS도 옛날 콘텐츠로 승부했다. SBS는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을 업로드하는 SBS의 ‘빽능’,‘빽드’, KBS의 ‘옛날티비’, ‘깔깔티비’가 그 예다. 13년전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 시즌1의 한 영상은 1000만 조회수를 훌쩍 넘어서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는 종영하거나 보기 힘든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을 10분에서 20분 정도의 영상으로 재가공해 올린다. 이들은 단순히 영상을 올릴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댓글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제공한다.
옛날 예능이 인기를 얻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레트로 열풍의 효과로 보인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는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급부상하는 시기였다. 동시에 문화적 발전도 이뤄졌기 때문에 이 시대를 산 대중에게는 레트로 콘텐츠가 향수가 된다. 반대로 이 시기에 태어나거나 이후에 태어나 당시를 모르는 밀레니얼·Z세대에게는 파격적으로 다가와 인기를 얻는다.
2000년대 콘텐츠가 주목받는 경우에는 미디어 시청습관의 변화가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옛날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불편한 경로를 거쳐야 했다. 합법적으로 보자니 생소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슬비(23, 대전시 대덕구) 씨는 “방송을 돈 주고 사서 보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며 “OTT 등으로 인해 돈 주고 사서 보기가 편해지니까 더 인기를 얻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근 10년간은 유튜브의 상승세였다. 이처럼 유료결제가 보편화되기 시작하고 유튜브가 플랫폼 강자로 떠오르자, 지상파는 이런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지상파만의 무기인 옛날 콘텐츠로 승부수를 낸 것이다. 과거 지상파는 광고 단가 문제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주말예능의 성적 부진이 있다. 과거에는 주말예능, 안방예능의 시대였다. ‘무한도전’, ‘1박2일’, ‘아빠 어디가’ 등 주말의 황금시간대를 차지하던 예능은 한 주의 백미였다. 반면, 요즘 예능은 그 시대에 비해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은 11.6%, ‘1박 2일 시즌4’는 11.9%에 이른다. 한 누리꾼은 “10년 전에 10번 넘게 본 예능이 요즘 예능보다 더 재밌다”며 “요즘 예능 볼게 너무 없다”고 말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다른 누리꾼은 “요즘 예능은 너무 재는게 많다”며 “생각 없이 웃기기만 한 방송이 그립다”고 말했다.
'옛날예능' 채널을 구독하는 한 구독자는 “과거 옛날예능 채널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에 따라가기 급급했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옛날 방송 속에서 새로운 밈을 발굴해나가고, 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우려먹기’라는 비판도 있다. 박지희(25, 부산시 사하구) 씨는 “시청자로서 복고주의에 빠진 쓸모없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활동으로 방송사가 어떤 콘텐츠가 인기 있는지 분석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디딤돌로 이용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