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펀슈머'가 대세... 재미 추구 동시에 안전성도 챙겨야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가 대표적 펀슈머 제품
젊은층, 가성비보다 '가잼비' 추구하는 경향 뚜렷
대부분 협업 통해 탄생... "외양 못지 않게 내용도 중요"
2022-03-03 취재기자 성민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디자인 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가지각색 다양한 디자인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제품들의 겉모양새는 소비자들에게 구매 필수 요건이 됐다. 이에 맞춰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그중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펀슈머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펀슈머는 펀(fun)과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용어다. 물건을 구매할 때 상품에 대한 재미를 소비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많은 식음료가 펀슈머에 의해 태어났다. 또한 펀슈머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식품업계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펀슈머 제품은 대부분 콜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최근 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가 대표적인 예다. 이 음료는 편의점 GS25가 모나미와 손잡고 출시한 콜래버레이션 상품이다. 국내 문구 브랜드 모나미의 유성매직과 색상·모양이 똑닮은 탄산음료로, SNS를 통해 제품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이 외에도 펀슈머 제품으로 말표 구두약 초콜릿, 딱붙 캔디, 먹는 색종이, 립스틱 사탕, 바둑알 초콜릿, 주사위 모양 사탕, 곰표 시멘트 팝콘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다.
실제 이러한 이색 상품은 매출 증가로도 이어진다. CU에서 출시한 곰표 시멘트 팝콘, 말표 맥주 등 이색 협업 상품의 경우, 현재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편의점 CU 곰표 밀맥주는 출시 6개월 만에 150만 개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2019년 70가지에서 지난해 400가지로 이색 협업 상품을 늘린 결과,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650%나 증가했다는 것. GS25에서도 지난해 10월 대상 청정원과 함께 선보인 ‘미원 맛소금 팝콘’이 출시 한 달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고 한다.
펀슈머 제품은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 MZ 세대를 겨냥했다. 이들은 가성비보다는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MZ 세대는 SNS와 함께 자라난 세대이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 쉽고 빠르게 퍼진다. 대학생 김륜영(22, 울산시 남구) 씨는 “화장품 회사나 문구 회사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콜래버레이션한 제품을 할인 없이 비싸게 팔아도 자주 구매했다”며 “편의점에도 재밌고 신기한 상품이 나오면 꼭 한 번씩 사 먹었다”고 말했다. 윤정림(21, 부산시 남구) 씨는 “편의점에 있는 펀슈머 제품은 맛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며 “종종 SNS에 이색 상품이 등장하면 쓸데없는 선물하기 용으로 구매해 친구에게 주거나 공유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꼭 MZ 세대만이 아니고 일반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펀슈머 제품 반응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먹기 불편하고 맛이 없지만 재미는 가득이네", "너무 신기해서 맛 없어도 또 사 먹어야겠다", "내가 매직을 마시게 되는 것 같아서 웃기다", "이런 게 있었어? 진짜 모나미 매직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재미만 추구하는 펀슈머 제품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녀를 둔 김화진(40, 울산시 중구) 씨는 “안 그래도 SNS에서 딱붙 캔디 먹는 장면을 보고 진짜 풀을 먹는 줄 알고 인상이 찌푸려졌다”며 “학용품이나 화장품을 따라 해 똑같이 만들면 알고 있는 아이들은 그냥 재미로 즐기겠지만, 어린 아이들은 별생각 없이 먹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송민정(40, 울산시 중구) 씨도 “곰표 맥주나 시멘트 팝콘은 한 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상품이라 홍보가 쉬울 것 같지만 아이들이 먹는 음료에 쓰이는 건 좀 거부감이 든다”며 “아이들이 먹는 건지 아닌 건지 똑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만 생각하기보단 조금 더 안전한 제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펀슈머 제품들은 실제 제품과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게 나와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에게는 위험하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 생활 화학제품 및 화장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 중 삼킴 사고가 82%를 차지했다.
한 네티즌은 게시글을 통해 비식품 브랜드를 식품 브랜드에 적용하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제시했다. 이 게시글에 따르면, 사은품인 작은 세제와 요구르트를 구분하지 못한 할아버지가 세제를 먹고 사망했다는 것. 이 네티즌은 "먹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 경쟁 시대에서 결국 살아남는 것은 모두를 배려한 디자인이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나 건강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속 내용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도 이득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배려한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