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황어’, 올해도 울산 태화강에서 '옛 추억' 선물

울산시 희귀 어종 황어 관찰장 설치해 4일까지 운영 약 한 달간 불법 포획·어로 행위 금지... 식용은 제한 나이든 어른들, "나룻배 타고 황어 잡아 함께 나눠 먹었다" 추억 소환

2021-04-02     취재기자 성민주
매년

서울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울산에는 ‘태화강의 기적’이 있다. 199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울산 태화강이 오염되면서 태화강의 물은 6급수 정도였다. 하지만 기업체들과 시민단체, 울산시가 힘을 합친 노력 끝에 깨끗한 태화강을 뜻하는 ‘태화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 지금은 태화강의 물이 1급수가 되었다.

맑아진 태화강에 올해도 황어가 돌아왔다. 지난 2000년도부터 매년 3월 봄의 전령사처럼 벌어지는 연례 행사다. 황어 회귀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황어를 보려고 태화강으로 나와 사진을 찍거나 나름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태화강

울산시는 희귀한 생태환경 자원으로 꼽히는 황어를 많은 시민이 볼 수 있게 최근 ‘태화강 황어 회귀 관찰장’을 설치했다. 관찰장은 선바위교(울산 울주군 범서읍) 인근에 설치돼 있으며 4일까지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관찰장

지금은 대부분의 황어가 바다로 내려가 강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태화강 황어 회귀 관찰장’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자연생태관 해설사는 “지난달 22일부터 관찰장을 운영했는데,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황어를 보여주러 많이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300여 명, 평일에도 100여 명 정도 찾고, 부산 서울 등 타 지역에서도 구경하러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태화강에
강물

인근에 사는 김혜민(22, 울산시 울주군) 씨는 “황어를 볼 수 있게 관찰장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까워서 가족과 함께 구경하러 나와 봤다”며 “황어가 혼인색이라고 하는 특이한 색을 띠어 신기했고, 황어뿐 아니라 선바위 등 볼거리도 많아서 좋다”고 전했다.

태화강
태화강

황어는 연어처럼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생활하다 알을 낳기 위해 3~4월에 다시 하천으로 올라오는 회귀성 어류다. 봄비가 내리면 산란을 위해 수심이 얕은 맑은 강으로 올라온다. 원래 황어의 몸체는 유선형으로 배는 은백색이고 등은 황갈색이다. 하지만 산란 기간에 수컷 황어는 세로 3줄 주황색인 ‘혼인색’을 드러낸다.

황어는

관찰장 곳곳에서는 황어가 낳고 간 알도 관찰할 수 있다. 황어는 보통 바위에 알을 붙여 낳기 때문에 바위나 자갈 쪽으로 가면 알이 보인다. 황어가 낳고 간 알이 크면 다시 7~8월에 바다로 내려간다. 자연생태관 해설사는 “최근 봄비가 내려 수온이 올라가고 자갈이나 지렁이 등 환경 요건들이 좋아져서 황어가 많이 올라와 알을 낳고 갔다”며 “황어 알들은 커서 바로 바다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고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적응한 후 다시 동해바다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황어는 울산시 회귀 어류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산란을 마치는 시기인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는 불법 포획과 어로 행위가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고 황어를 포획하다 적발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지금은 태화강에서 황어를 잡아 맛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울산 사람들의 옛 추억을 되살리는 봄철 음식 중 하나였다는 것. 옛날에는 태화강에서 황어를 직접 잡거나 먹어 봤다는 소식도 전해 들려온다. 울주군에서 쭉 살아오신 심제출(91, 울산시 울주군) 할머니는 “옛날에는 동네에서 모여서 다 같이 나룻배를 타고 황어를 잡아서 동네 사람들끼리 나눠 먹고 그랬는데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며 “과거에는 동네 사람이 잡으러 갔다가 당국에 붙잡혀서 신문에 나고 했던 추억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진국(59, 울산시 남구) 씨도 “울산에서 황어를 파는 식당이 있어서 10여 년 전 황어를 회로 해서 먹어본 적이 있다”며 “보이는 빛깔이나 식감은 송어와 흡사했는데 그 당시 연어보다 크기가 조금 작으면서 황색을 띠는 물고기로 기억된다“고 전했다.

자연 생태관 해설사는 “보릿고개 시절 봄쑥이 자라나는 시기에 딱 황어가 많이 내려왔다고 하더라”며 “어르신들은 그것을 잡아 와서 큰 솥에 쑥과 황어를 함께 넣고 삶아 먹었는데, 쑥을 넣으면 비린 맛이 가시고 맛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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