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그 사람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가스라이팅' 의심 필요
배우 서예지 김정현 씨의 과거 카톡 내용 공개되면서 논란 일종의 정서적 학대지만, 자신의 모르는 사이 말려 들어 연인들 사이에서 "나도 가스라이팅?" 의심... 자가진단법도 나와
최근 배우 서예지 씨와 김정현 씨의 과거 카톡 내용이 드러나면서 정서적 학대 행위인 '가스라이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카톡에서 서 씨가 김 씨에게 로맨스 장면 없게 대본을 수정하라고 하거나 다른 이성에게 딱딱하게 굴라고 요구하는 등의 모습이 '가스라이팅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가스라이팅’이란 단어는 1938년 처음 제작된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비롯됐다. 이 연극에서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 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 “이게 네가 무시당하는 이유야”, “비난받아도 참아야지” 등의 말을 자주 하게 되면 피해자는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판단력까지 잃게 되면서 결국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것.
가스라이팅은 연인관계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군대,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은 학대의 일종이며 정신적 학대(emotional abuse)의 한 유형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계는 수평적이기보다 비대칭적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나타나며 가족이나 친구 등 친밀한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다 보니 법적 처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형법 제273조 제1항에 의하면, 학대죄에 해당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되지만 가스라이팅이 학대죄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가스라이팅 범죄는 스스로 심각성을 알고 그에 맞은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신체적 폭력과는 다르게 직접적인 상처나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문제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이에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는 간단한 가스라이팅 자가진단법을 공개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선 가스라이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뭔지 몰라도 결국 항상 그 사람 방식대로 일이 진행된다 △그 사람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 “이게 네가 무시당하는 이유야”, “비난받아도 참아야지”, “나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어. 너 혼자 상상한 것이겠지” 등의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변명한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 잘못한 일이 없는지 점검하게 된다 △그 사람이 윽박지를까봐 거짓말을 하게된다 △그를 알기 전보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삶을 즐기지 못하게 됐다. 위 6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 되는 사항이 있으면 가스라이팅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자존감을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생 박진우(22) 씨는 “올해 초에 여자친구랑 관계를 유지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헤어졌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때는 여자친구의 간섭과 윽박들이 그저 나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의 나를 떠올려보니 항상 불안했고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헤어지고 난 뒤 지금은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 새로운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