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 프리'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알아야 할 글루텐에 대한 진실
인터넷에 글루텐은 무조건 몸에 해롭다는 오해가 있다 우리나라 셀리악병과 글루텐 불내증 발병률은 극히 낮은 상황 경성대 식품생명공학과 김영화 교수가 알려주는 글루텐의 진실
글루텐 프리가 세계적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여러 기업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는 조리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루텐 프리가 화제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글루텐 기피가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글루텐이 우리 몸에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며 글루텐 프리 식품의 인기가 과장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글루텐이란 밀, 보리, 귀리 등에 함유된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밀가루에 글루텐이 없다면 빵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빵을 만들 때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글루텐을 구성하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 단백질은 밀가루 반죽의 구조와 질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 Market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 세계 글루텐 프리 제품 시장 규모는 43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루텐 프리 식품 중에서도 빵류는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글루텐 프리 소스와 유제품, 주류 업체 등 다양한 분야가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점은 글루텐 프리 식품을 다이어트 식품이나 건강식품이라고 오해하는 소비자가 다수라는 것이다. 대학생 정희정(24, 부산시 진구) 씨는 글루텐 프리 빵, 쿠키 등을 자주 구매한다. 정 씨는 “TV나 인터넷에서 글루텐의 악영향에 대해 자주 들어본 것 같다”며 “왠지 글루텐 프리가 적혀 있으면 건강한 음식일 것 같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때는 더욱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정훈(24, 부산시 사상구) 씨도 글루텐 프리 식품을 자주 사곤 한다. 박 씨는 “빵집이나 마트에서 자주 보이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일반 식품보다 건강할 것 같아서 손이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루텐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경성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김영화 교수는 소장 융모의 염증 반응 및 심한 경우 융모가 소실되는 셀리악병(Celiac disease)의 원인이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셀리악병뿐만 아니라 글루텐 불내증(gluten intolerance or gluten sensitivity)을 실제 겪는 환자도 있기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해로운 성분일 수 있지만 이러한 질병들의 발병률은 우리나라에서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해롭다고 할 수는 없다고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밀가루가 함유된 음식의 섭취로 인해 설사, 복통, 복부팽만 등의 이상 증세가 있다면 밀가루가 든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을 시도해 보면서 증세를 관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글루텐에 의해 셀리악병이 보고된 사례는 극히 드물며, 특히 아시아인의 셀리악병 발병은 미국인보다 현저히 낮다고 한다. 김 교수는 “자신의 소화 상태나 증상을 잘 파악하여 음식을 섭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는 글루텐을 당뇨병과도 엮으며 당뇨의 원인으로 꼽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당뇨는 대개로 제2형 당뇨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슐린의 분비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나 여러 이유로 인슐린 민감성이 저하되어 혈당이 떨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 글루텐이 많이 함유된 식품, 즉 밀가루 음식을 일컫는데, 밀가루의 주성분인 전분은 사람이 섭취하였을 경우 혈당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과도한 전분의 섭취 및 운동 부족은 체내 중성지방의 축적을 초래하여 당뇨 및 비만과 같은 대사성 증후군 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한다. 이는 글루텐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 자연스럽게 밀가루가 함유된 식품이기에 당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당뇨의 원인이 밀가루가 많이 함유된 식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루텐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 쌀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내 중성지방의 축적은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김 교수는 “운동 부족이 만연한 현대인들은 특정 식품을 기피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를 위하여 적당량의 다양한 식품 섭취와 적정 수준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루텐의 해로움에 대하여는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거리다. 김 교수는 “밀가루가 많이 함유된 식품의 섭취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일반 식품의 섭취량을 줄여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며 “글루텐에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사람이 일부러 비싼 돈을 지불하며 글루텐 프리 식품의 섭취를 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루텐 프리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이나 다이어트 식품이 아닌 글루텐이 체질에 맞지 않아 특별히 피해야 하는 사람들의 대체 식품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을 권하며 자신에게 맞는 균형적인 식단을 통해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