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 타고 휴대폰 켜고..공연장 '관크'는 이제 그만
관람방해 행위 갈수록 기승, 공연도 공공재란 인식 가져야
2016-06-19 취재기자 홍윤대
얼마 전 타 대학교 축제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대학생 이규호(26) 씨는 그 가수를 보기 위해 멀리까지 찾아갔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친구의 목마를 타고 뒷사람들의 시야를 예사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모두가 즐기는 축제인데 자기만 생각해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행동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곡성>을 보려고 영화관에 갔던 대학생 이서영(26) 씨도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앞줄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스무 명쯤 있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기들끼리 자리를 바꾸는 등 부산을 떨더니 영화가 시작한 후에는 수시로 액정 불빛이 비치는 휴대폰을 켜는 등 주위 사람에게 불편을 끼쳤던 것. 옆에는 인솔 교사로 보이는 사람이 학생들을 이따금 제지했지만 그들은 이런 행동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탠딩 콘서트도 예외가 아니다. 스탠딩 콘서트의 특성상 자리가 마련되지 않고 서서 관람하기 때문에 관객끼리 부대낄 수밖에 없지만,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순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바쁘고, 심지어 바로 옆 사람은 큰 렌즈를 결합한 DSLR을 꺼내 사진을 찍는 등 예사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영화, 콘서트, 연극 등 각종 공연에서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젊은이들은 ‘관크’라고 부른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다른 관객에 대한 관람 방해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크리티컬(critical)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줄 때 쓰이는 단어가 사용된 것이다.
공연 관련 포털사이트인 인터파크 플레이디비에서는 서울경제신문과 함께 최근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객 992명을 대상으로 ‘내가 경험한 관크는?’이라는 설문에 관크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98.5%(977명)나 됐다. 또 '관크'에서 파생된 다양한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좌석에서 수그린 채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것을 일컫는 ‘수구리,’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장에서 애정 행각을 하는 ‘커퀴(커플 바퀴벌레의 줄임말),' 어두운 공연장에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이른바 ‘반딧불’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관크’가 성행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개인주의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심리학 교수는 "이른바 '관크'가 성행하는 것은 공연장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연극과 뮤지컬 역시 자기말고도 여러 관객이 함께 즐기는 것인 만큼 공공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대학생 고형철(26) 씨는 “목마를 타고 신발을 벗고 관람하는 등 지나친 관람방해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신명을 표출하는 것을 지나치게 억제하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고 씨는 "생리 현상 때문에 어쩌다 자리를 이탈하는 것조차 질타하는 분위기가 돼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