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흑당에 이어 지금은 ‘K로제’ 열풍...부드럽고 매콤한 맛으로 MZ세대 입맛 사로잡았다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 강다니엘 등 유명인들까지 K로제 먹방 로제 떡볶이에 이어 찜닭, 닭발까지 등장...마니아 층 노린 전략 로제 메뉴 주문 수 8배 이상 증가, 포장 주문 수도 220% 증가 누리꾼들, “자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라. 중독성이 강한 음식” 평가

2021-05-18     취재기자 신유리

대학생 김다은(23) 씨는 '로제' 음식 마니아다. 핑크빛 소스에 곁들여진 떡볶이와 찜닭이 겉보기에도 맛도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녀는 “SNS에서 인기가 많길래 처음 로제 떡볶이를 먹어봤는데 완전 취향 저격이었다”며 “처음 먹었을 때는 스르륵 넘어가고 그 후에 찾아오는 약간의 매콤함에 중독돼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로제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20대 표심을 잡겠다며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로제 떡볶이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가수 강다니엘도 지난 2월 13일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로제 떡볶이를 먹으며 맛있다고 감탄을 자아냈다. 이곳저곳에서 대세 음식임을 입증하고 있는 로제가 대체 뭐길래 다들 열광하는 걸까?

로제는 우유, 크림, 토마토 등을 섞어 만든 소스다. 장밋빛을 띠어 로제(rose)라 불리며, 토마토 소스와 크림 소스가 섞여 토마토의 상큼함과 크림의 부드럽고 고소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보통 파스타나 리소토 같은 이탈리아 음식에 사용되지만, 최근 한국에선 파스타 대신 떡을 넣은 로제 떡볶이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토마토 소스 대신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활용해 만든 한국식 로제 소스인 ‘K로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매콤하지만 부드러운 K로제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제격이었던 것.

K로제는 현재 많은 유튜버들의 먹방 콘텐츠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상윤쓰, 문복희, 입짧은햇님 등 유명 유튜버들이 로제 떡볶이를 콘텐츠로 사용했을 때 평소보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버 상윤쓰는 “로제 떡볶이를 먹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다”며 “엄청 꾸덕꾸덕하고 진한 로제 맛. 아무튼, 정말 맛있다”고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했다. 또 유튜버 입짧은햇님은 “느끼하지만 고소해서 맛있다”며 “크림의 느끼한 맛을 매콤한 맛이 잡아준다”고 말했다.

로제 떡볶이를 뒤이어 K로제를 활용한 찜닭과 닭발도 등장했다. 찜닭 브랜드 ‘두마리찜닭’은 ‘로제 찜닭’에 이어 지난 2월 ‘로제 닭발’도 출시했다. 유튜브 먹방 영상과 SNS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로제를 활용한 음식이 연일 화제를 모으면서 두찜의 로제 찜닭 판매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 최영근(22) 씨는 “자취를 하다 보니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는 편인데 매일 비슷한 음식들만 먹어서 질리던 참에 로제 찜닭이 등장해 요즘 이것만 계속 먹고 있다”며 “기존에 알고 있던 찜닭이 더 새롭고 맛있어져서 자꾸 손길이 간다”고 전했다.

배달서비스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최근 외식업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제 메뉴 주문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로제 소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레스토랑들이 앞다퉈 다양한 메뉴를 출시해 주문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 로제 메뉴의 포장 주문 수도 올해 3월에만 전월과 비교해 220% 증가해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

이렇듯 로제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K로제 레시피도 공유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로제 떡볶이 레시피’라고 검색하면 약 9000개의 게시물이, ‘로제 찜닭 레시피’를 검색하면 1500개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또 유튜브에 로제 떡볶이 레시피 영상들은 조회 수 10만 회를 가볍게 넘기기도 했다.

K로제를 한번 접해본 누리꾼들은 “부드러운 소스에 국물과 함께 넘기는 어묵과 떡. 이런 천상의 음식을 왜 진작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로제 찜닭을 먹었을 때 자다가도 로제 찜닭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중독성이 강한 음식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로제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박선영(48) 씨는 “우리 딸이 로제 떡볶이랑 로제 찜닭을 엄청 좋아해서 맨날 배달시켜 먹길래 한입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안 맞았다. 너무 느끼했다. 다들 마라탕 맛있다고 할 때 진짜 이해 못했는데 이번에도 솔직히 맛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민기(19) 씨도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가격대가 어느 정도 있는 음식에 로제를 섞은 거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국밥 세 그릇 사 먹겠다”며 “사람의 입맛은 다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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