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어교수의 특별한 인생 강의

2014-01-16     이상충
어둑어둑해진 캠퍼스의 한 강의실에서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강의실 교단에는 한 여교수가 파리 유학 시절 겪은 경험담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교수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푸근한 이웃집 아주머니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학생들은 교수의 옛날 이야기에 푹 빠져 오늘 배워야 할 영어 본문은 영 뒷전이다. 교수는 한참 동안이나 재미난 얘기를 하다 그것을 다시 오늘 배워야 할 내용과 접목을 시켜 강의한다.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영어영문독해 강의를 진행하던 그녀는 바로 경성대학교 박정희 외래 교수다. 박정희 교수는 30년동안 교직을 지켜왔고 현재 2년째 중학교 교감을 맡고 있다. 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외래교수로 경성대학교 강단에 선지는 올해로 6년째. 박교수는 사실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위해 강단에 서게 됐지만 경성대학교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주로 야간 수업을 맡았습니다. 처음 경성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늦은 시간에 수업을 들으러온 학생들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공부하고자 하는 눈빛이 너무 맑았습니다. 본인들은 모르죠. 앞만 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학생들 모두를 보고 있잖아요?” 박 교수는 자신이 맡은 과목은 영어 독해지만 학생들에게 더 특별한 것을 나눠주고 싶었다. 자신의 강의를 들으러온 이 학생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많은 실패와 성공도 경험해본 제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지를 얘기를 해주면 학생들에게 좋은 간접 경험이 되리라 봅니다.” 강의 시간에 쓰인 자료도 대부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글귀들이다. 영어 원문들은 ‘진정한 행복을 위한 10개의 열쇠’, ‘인생이란’, ‘나의 첫 직업’ 등이었다. “참 놀라운 일이에요. 한 학기 강의가 끝나가는 시기면 어김없이 꼭 네다섯 명의 학생이 저에게 찾아와 제 수업을 통해 자신이 뭔가 바뀌게 됐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해주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별 것아닌 제 강의가 학생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말해주니 오히려 제가 더 영광스럽습니다.” 박 교수는 대학 시절이 ‘내가 이 과를 왜 왔을까’, ‘뭘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성찰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독립시키기 좋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대학 시절을 단지 시간가는 데로 흘려보내지말고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모두 자신의 재산으로 삼아라고 조언했다. “여러 곳을 경험하면서 그 하나하나를 모두 자신의 지식과 발전의 바탕으로 만드세요. 예를 들어 서비스 업종 아르바이트를 하게됐다면 소비자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각양각색 성향이나 심리를 분석해보고 사람 대하는 법을 익혀가는거죠. 훗날 자신이 특정 직장의 관리자 위치에 섰을 땐 이런 경험들이 매우 잘 활용될 것입니다. 또 자신의 노력으로 남들에게 기쁨을 나눠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자신의 일상 모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덧붙여 그녀는 학생들이 본연의 의무인 학업 또한 게을리하지말 것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꼴값’을 찾으라고 말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찾고, 다른 이에게 자신을 물어보며 앞으로 갈 길을 찾아내어 스스로 이상적인 자기 모습, 즉 ‘꼴’을 만들고 거기에 맞는 ‘값’을 해내야 한단다. 또, ‘오늘 깨지면 고쳐서 또 부딛힌다’는 굳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요즘 몇몇 대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너무 일찍 포기하거나 지방 대학교에 들어왔다는 것을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 학적은 평생 바뀔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을 발판으로해서 발전해야 하는데 계속 다른 곳을 보고, 수업을 빠지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부분이 아닌거죠. 인생에서 대학 시절은 아직 중간도 오지 못한 것이란 점을 생각하세요. 가장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바로 그 앞이 목표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