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얼굴 노릇에 자부심" 외국인 길라잡이 은발 신사들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 실버통역단 봉사하는 정무성·강연근 할아버지
2017-06-23 취재기자 이정석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한 안내 데스크는 항상 외국인 관광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안내 데스크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 서 있다. 그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실버통역단. 실버통역단의 안내 데스크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에 100여 명에 이른다.
실버통역단은 2008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들은 과거에는 부산 1호선 자갈치, 남포, 중앙, 서면, 노포 5개 역과 2호선 센텀시티, 해운대, 광안, 동백 4개역을 합쳐 총 9개의 지하철역에서 활동했지만, 현재는 1호선 서면역에서만 활동 중이다. 서면역 실버통역단은 부산진구사회복지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무성(77)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해외출장을 자주 나갔던 경험을 살려 현재 실버통역단으로 7년째 활약 중이다. 외국 출장 갔을 때 외국인들이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경험을 되살려 이 일을 맡았다고 한다. 정 할아버지는 “우리가 맡은 일이 부산의 얼굴 노릇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친절하고 정확하게 안내하려고 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통역단 2년 차인 강연근(70) 할아버지에게는 좋은 추억이 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이 가방을 잃어버려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고, 강 할아버지가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가방을 일본인 주인에게 찾아줬더니 연신 고맙다고 손을 꽉 잡아주었다고 한다. 강 씨는 “내가 일본에서 지냈을 때 현지인들이 내게 잘 대해준 걸 떠올리면 나도 더 열심히 외국인들을 도와주게 된다”고 말했다.
실버통역단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도움을 준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박은진(25) 씨는 최근 부산에 놀러왔다. 부산이 처음인 박 씨는 지하철 승차권을 발매하는 방법과 행선지 지리를 몰라 헤매고 있었다. 그 때 눈에 띈 것은 실버통역단. 박 씨는 “할아버지들께서 도와주셔서 편하게 길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자신들에게서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부산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보면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낀다는 두 사람은 체력이 닿는 한 이 일을 언제까지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