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놓고 뜨거운 논란...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선 안돼"
국힘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여가부 업무 이관 가능해” 여가부, “다른 부처에선 피해자 보호를 우선순위로 둘 수 없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여가부 폐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6일 "여가부의 업무는 다른 부처로 이관해 담당할 수 있다"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성의 건강과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여성의 취업, 직장 내 차별 등에 대한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성범죄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의 문제는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담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7일 여가부 폐지에 힘을 실었다. 하 의원은 여가부가 없어도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전문성을 가진 각 부처가 여성들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성 정책은 모든 부처가 다 맡아서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여가부의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여가부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여가부의 전신인) ‘여성부’가 출범했을 당시 양성평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사회에 ‘여성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각종 문제를 바로 잡는 부서로서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그 역할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여가부는 해당 부처가 해낼 수 있는 전담 업무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여가부 정책기획관 최은주 국장은 8일 “20년 동안 여가부가 유지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과 다양한 가족・위기 청소년 시설의 법률 자문 및 강연 등을 전담해왔다”며 “다양화 사회, 다원화 관계 속에서 복잡한 갈등 조정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어 여가부의 역할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여가부의 책무를 다른 부처로 옮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 국장은 “여가부가 2차 가해 개념을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 최초로 규정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범죄에 대한 수사나 처벌의 단계가 아닌)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는 실질적인 성 평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주 업무가 있는 다른 부처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업무들을 우선순위에 놓고 담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두고 여성 정책 폐지, 여성 혐오, 여성차별 등으로 몰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여성 정책 전담 부서로서 여가부가 그동안 역할을 잘 해왔는지, 존재해야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 모두 양성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에는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입장차에 대해선 근본적 원인 파악과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책도 없이 첨예한 갈등 구조를 만들어 단순히 젠더 이슈로 전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성차별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성별을 떠나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차별이 있다면 객관적인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밝혀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