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아웃제'에도 역·터미널 앞 택시 승차 거부 여전

"짧은 거리·외곽지역 못 간다," 배짱에 늦은밤 귀가 승객 발만 동동

2016-06-29     취재기자 이령희

밤 11시 늦은 시간, 대구에서 KTX 타고 부산으로 돌아온 주부 김용숙(45,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김 씨는 부산역 택시 정차장에서 택시기사에게 수영까지 가달라고 부탁했지만 기사는 당당하게(?) 승차를 거부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기사 자신의 집과 같은 방향의 승객을 태워야 한다는 것. 김 씨는 “행선지가 기사 자신의 집 방향과 반대라며 택시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 정말 어이없었다”며 “부산역에서 걸어나와 대로로 나와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KTX 역, 기차역, 버스 터미널 부근에는 줄지어 택시가 서 있다. 그러나 목적지가 가깝거나 택시기사 자신의 집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승차 거부를 하는 일부 택시 기사들 때문에 밤늦게 외지에 다녀오는 승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가 이같은 택시 승차거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승차거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마 전 파이낸셜 뉴스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3년간 택시 승차 거부에 따른 민원을 분석한 결과 승차 거부 이유는 승객의 목적지가 시외 지역인 경우가 45.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목적지가 가까운 경우가 35.0%였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이런 이유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택시기사 이모(50) 씨는 역 근처나 터미널에 택시들이 순서대로 줄을 서 있으므로 1~2시간을 기다려야 손님을 태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1시간을 기다려 태운 손님에게 기본요금밖에 받지 못한다면 택시기사 입장에선 허탕 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짧은 거리를 가는 손님을 태웠을 때 속 쓰려 하며 말하지 않는 운전기사가 있고 표현을 하는 운전기사가 있다”며 “우리도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승차 거부를 제도적으로 단절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서울·경기·부산·인천·대전·광주·울산에서는 '택시 승차거부 삼진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승차 거부 행위가 2년 안에 세 차례 적발되면 택시 운수종사자 자격이 취소되는 제도. 일반택시 운송업자의 경우 1차례 거부할 경우 60일간 영업정지를 내리고 2차례 거부하면 감차, 3차례 거부할 시 면허가 취소된다. 개인이나 일반 택시 운전사도 3차례 위반하면 과태료와 함께 자격이 취소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승차 거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자, 제도만 만드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실질적인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불시 현장 단속이라도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부산시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현장 단속만으로 택시 승차거부를 해결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단속 인력이 부족한 데다 현장에서 승차 거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승객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우선돼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승차거부를 당한 승객은 국번 없이 120번을 눌러 해당 택시의 번호와  승차 거부 발생시각, 장소 등을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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