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폭염 여파로 생필품 가격 상승세...추석 맞이 물가도 서민 가계 옥조일 듯
통계청,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월 대비 2.6%↑ 전년 대비 달걀(57%), 사과(60.7%), 돼지고기(9.9%) 등 상승세 하반기 추석 맞아 오름폭 확대될 전망 정부, “향후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힘쓸 것”
주부 박선미(52, 울산시 북구) 씨는 코로나19로 식구들이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났지만 식료품 물가가 올라서 걱정이 태산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가계 비용이 증가해, 박 씨와 같은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진다. 그는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식구도 많고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많이 먹어서 식비가 증가했는데, 물가까지 상승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효정(43, 부산시 금정구) 씨도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갔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진 것 같아서 놀랐다”며 “코로나19나 폭염 때문인지, 농축산물 가격이 너무 올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주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을 앞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 전망은 어떻게 될까?
지난달 소비자물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 달걀(57%↑), 사과(60.7%↑) 등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소비자가 구입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 지표)는 107.61(2015년 물가지수 100일 때)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지난 4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2%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당초 통계청은 하반기에 들어서면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7월에 들어서도 상승률이 2.5%를 나타내는 등 연중 최고치를 이어나간 것. 생활물가지수(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생필품 가격 지료)도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9.6% 올랐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석유류 등의 가격 강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은 두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중 사과(60.7%), 달걀(57.0%), 마늘(45.9%), 고춧가루(34.4%), 돼지고기(9.9%) 등이 많이 올랐다. 달걀은 2017년 7월 64.8% 오른 뒤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경제동향통계심의관 물가동향과 관계자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비로 보면, 지난달엔 10.4%로 두 자리 대까지 갔는데 이번에는 9.6%로 상승폭 자체는 축소됐다”며 “하지만 여전히 작년처럼 곡물과 과일의 물가가 높은데, 폭염 등 기후 영향이 크고 축산물의 경우에는 AI 영향으로 아직 높게 진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물가 점검 자주 하고, 추석물가 안정 위해 힘쓸 것”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물가 점검을 위해 현장방문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대전 오정농수산도매시장과 이마트 둔산점을 방문해 주요 농축산물 가격·수급 동향과 대형마트 수입계란 판매상황을 점검했다.
기획재정부장관의 현장점검 결과, 배추·무·사과·배 등은 생산량 증가로 가격 안정세에 진입했으며 추석 전 전년 대비 가격 하락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다만, 상추·시금치 등은 폭염으로 인한 생육지연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농축수산물 물가수준이 여전히 높고 폭염 지속·태풍 피해 등 추가 상승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만큼, 농축수산물 가격을 추석 전까지 안정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석 성수품 공급규모 확대 및 조기공급, 수입물량 확대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특히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무 정부 비축물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사과·배의 추석 전 계약 재배 물량은 전년 대비 1.3~2배 확대하려는 계획”이라며 “8월 1억 개, 9월 1억 개 수입 등 수입계란의 충분한 확보와 이러한 수입물량 공급이 소비자 계란 가격 인하로 연결되도록 농식품부 등에서 유통 점검을 각별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하반기 소비자 물가 동향은?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추석이 있는 하반기에는 소비자 물가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동향통계심의관 물가동향과 관계자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반기나 추석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기상요건, 원자재 가격, 코로나19 확산세 등이 적용되는 상황적 요인이 맞물려 불확실성이 확대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에는 저물가여서 전기수도 가스 요금 등 기저효과가 있었고, 농축·석유 부분은 공급 측에 대한 변화가 커서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오름세와 관련한 질문에 기재부 담당자는 “아무래도 작년 같은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재난지원금의 영향 때문이라기보다는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되는지의 방향에 따라서 증감할 수 있어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말하기 어렵다. 농축산물이나 공업, 전기수도 가스 등 각 분야별로 요인도 다양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증가나 감소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향후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완화로 오름폭이 축소될 요인이 확대될 전망이나 폭염·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등 상향 리스크가 상존하고, 코로나19 확산세 영향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물가 상방압력이 지속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안정적 물가관리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추석 앞둔 주부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 많다
하반기 추석 즈음해서 수요가 늘어날 과일과 육류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주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영정(46, 울산시 중구) 씨는 “물가 상승은 생활비 상승과도 같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 같다”며 “추석 앞두고 매번 약간의 물가 상승 폭이 있었지만, 큰 상승폭은 당연히 부담된다”고 말했다. 김현미(49, 울산시 북구) 씨도 “모두가 힘든 상황이 계속되는 것 같아 원망스럽기도 하다”며 “코로나19로 친인척이 추석에 많이 모이지 않고 차례상도 간소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취생들도 생활비를 우려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취생 김범준(23, 부산시 수영구) 씨는 “평소에 계란을 많이 사 먹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비싸다는 걸 느낀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은 아무래도 날씨 때문에 작물 수확이 예전 같지 않아서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