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산중 야영이 알고보니 범법," 백패커들 불만
백패킹 규제 많아 불편...레저산업으로 육성 시도할 때
지난 6월 백패킹에 입문한 조지웅(26, 부산시 사상구) 씨는 백패킹 명소인 영남 알프스 간월재를 다녀온 후 자신의 SNS에 그 때의 사진을 게시했다. 그런데 한 회원이 올린 나무라는 댓글을 보고 뜨끔했다. 댓글의 내용은 "사진에 담긴 취사, 야영행위는 모두 범법이니 글을 삭제하라"는 것.
최근 캠핑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1인당 국민소득 5,000~1만 달러면 숙박 중심의 레저산업이, 2만 달러 이상이면 캠핑사업이, 3만 달러가 넘으면 수상 레포츠가 성행한다. 현재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6,000달러로 캠핑산업 열풍이 불고 있다. 캠핑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캠핑을 하는 오토캠핑(autocamping), 각종 캠핑장비가 준비되어 있고 사용자는 몸만 와서 즐기고 가는 글램핑(glamping)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1박 이상의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배낭에 넣고 산이나 바다로 자유롭게 떠나는 백패킹(backpacking)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행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칫 범법자로 몰릴 위기에 놓였다.
백패킹은 등산, 캠핑에 이어 아웃도어 활동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백패킹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는 자연공원법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백패킹을 할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백패킹이라는 행위 자체는 범법이 아니지만 야영 및 취사가 문제다. 백패킹의 성지로 유명한 간월재를 관리하는 울산시 울주군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간월재에 백패커들이 무분별하게 찾아온다. 국립공원이어서 야영이 금지돼 있지만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이 관리 직원이 퇴근한 야간에 몰래 올라오기 때문에 통제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를 막기 위해 등산객 모두를 전면 통제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불만은 관리자뿐만 아니라 백패킹 애호가들에게서도 나온다. 백패킹 자체가 범법행위는 아니다. 다만 정해진 장소에서만 야영을 해야 하고 취사와 관련한 화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추정현(26, 부산시 북구) 씨는 "해외 배낭여행을 하다 그 나라 사람들이 백패킹을 즐기는 것을 보고 여유 있는 취미라는 생각에 나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백패킹을 즐기다가 자칫 범법행위로 몰리는 경우가 잦아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야영, 취사행위는 범법이다. 과태료를 매길 수 있지만 현행법상 단속 공무원이 현장을 직접 적발하지 않고서, 인터넷에 올라온 글만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법적 제제를 할 수 없어 근절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패킹은 등산객의 안전사고나 야생돌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정해진 장소에서만 즐기고 애호가 스스로가 법을 지켜야한다’"고 당부했다.
▲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백패킹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에서는 야영, 취사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니 인터넷 정보는 이 점을 대부분 언급하지 않고 있다(사진: NAVER 화면 캡처). |
현실적으로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 백패킹은 쉽지 않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백패커들이 불법으로 백패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패킹을 오랫동안 즐긴 한성훈(30, 울산시 동구) 씨는 "미국에선 해마다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사람수를 한정하는데 이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괜찮을 것 같다. 지자체도 백패킹을 단속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새로운 레저형 관광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의 안전이 보장되고, 합법적 장소가 늘어난다면 모두가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