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끊고 거리 활보... "내 옆에 지나다닐까 싶어 무서워요"
서울 송파구서 전자팔찌 끊고 여성 2명 충격적 살해
전남 장흥서 또 전자발찌 끊고 도주, 전국에 수배령
“전자발찌 대신 몸에 위치추적 칩 심어야” 지적도
2022-09-02 취재기자 권지영
전자발찌가 정말 재범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그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잇따라 살해한 강윤성(56) 사건으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만으로 범죄를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자발찌는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장치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특정 성범죄자를 감시하기 위해 처음 시행됐고, 점차 미성년자 유괴범죄자, 살인 범죄자, 강도 범죄자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LTE 통신망과 GPS를 활용하고, 관제센터에 있는 모니터 요원이 24시간 전자발찌 착용자를 지켜본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치거나 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경찰, 법무가 동시에 조치를 취하게 된다.
전자발찌 도입 13년째, 재범을 막는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나 절단・도주는 여전하다. 전자발찌가 도입되기 전인 2004년~2008년 성폭력 동종재범률은 14.1%였지만, 도입 이후 2021년 7월 기준 0.91%로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난 사건이 벌써 11건이고, 그 중 2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성민주(21, 울산시 중구) 씨는 "최근에 전자발찌 훼손하고 도주했다는 소식을 잇따라 접했는데 너무 무섭다"며 "전자발찌를 누구나 쉽게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당국의 치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찬 채 범죄를 저질러도 파악이 안 되고, 훼손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발찌를 임의로 훼손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실제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을 뿐이다.
손예진(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무섭다”며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지금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한 번이라도 착용했던 사람은 2016~2019년까지 4천 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일반사범 가석방이 포함되면서 올해 8천 명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부터 전자발찌 착용자가 급등했는데 이를 감당하기엔 무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보호관찰관 한 명이 전자발찌 착용자 17명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전자발찌 살인범 피의자 강 씨는 전과 14범인데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1대 1 집중관리대상에 빠져 있었다. 이 남성은 실형 복역 23년 및 보호 감호 4년 등 총 수형 기간이 약 27년에 달하는 위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전자감독 대상이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지금 당장 보호관찰관 인력 확충이 어렵다면, 가장 집행력이 높은 경찰에게 많은 정보를 줘야 한다”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공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30일 전자발찌 훼손 살인 사건・재범 억제 방안 브리핑에서 전자 장치 견고성 개선 등 훼손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6회에 걸친 전자장치 개선을 통해 전체 훼손률은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훼손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전자장치 견고성을 보다 강화하는 등 훼손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윤성(56)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