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5.0 지진에 당국 갈팡질팡, 시민들 우왕좌왕
국민안전처 대응 허술...재난문자도 제때 전달 안돼 불안감 가중
2016-07-06 취재기자 정혜리
지난밤, 오후 8시 33분께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해상에서 일어난 지진은 부산 경남을 비롯해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미쳤고, 시민들은 우왕좌왕했다. 지진 발생 지역과 인접한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컸다. 그런데도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재난문자가 일부 주민에게만 전달되고 날짜마저 틀리는 등 정부의 대처가 허술해 시민 불안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동네 카페에 있었던 길정희(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지진이 일어난 줄도 몰랐다가 3분 후에 SNS를 통해 알았다”며 “여진인지 뭔지도 모르게 카페에 있던 화분과 천장에 달려 있던 에어컨이 흔들렸다 멈추기를 반복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길 씨가 머물던 카페 안의 대다수 사람은 천장과 화분이 흔들려도 아무것도 모른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길 씨는 “그냥 흔들린다고 생각했는데 계속되니까 무서웠다”며 “상상이지만 정말 큰 지진이 일어나면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당황하면서 정말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느라 지진을 느끼지 못한 황주연(27, 울산시 남구) 씨는 “지진이 일어나고 한참 뒤에야 재난 안내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황 씨는 “만약에 진짜 큰 지진이었으면 다 죽고 난 후에나 문자 왔을 것”이라며 “대피하거나 주의하라고 실시간으로 문자를 보내줘야 재난 문자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재난문자는 받은 사람도 있고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 이재호(34, 부산시 부산진구) 씨도 불만을 표했다. 고층 아파트 22층에 살고 있는 이 씨는 아파트가 좌우로 휘청거리는 느낌에 놀랐지만, 10분, 20분이 지나도 재난 문자를 받지 못했다. “지난 설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재난문자가 날아오기에 확인했더니 고작 안전벨트를 잘 매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정작 지진이 나서 국민이 불안해할 때는 먹통이니 딱하다”고 혀를 찼다.
집에 있던 박미숙(57, 부산시 영도구) 씨는 “누워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침대가 울렁거리는 바람에 놀라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하필 장마라 비도 많이 오고 집 근처엔 산사태 주의 구역이 있는데 걱정이 돼서 바깥에 나간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 지진 발생 해역과 멀지 않은 기장군 고리와 월성 등에 원자력 발전시설이 밀집돼 있어 더 불안했다"며 "정부가 지진에 대비한 전국민 행동 요령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재난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진은 8시 33분께 울산 동구 52km 해상에서 규모 5.0으로 발생한 후 50여 분만에 또다시 울산 동구 동쪽 41km 해역에서 2.6의 여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해상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안전처는 5일 오후 9시까지 접수된 신고는 모두 6,679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