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기생충’...한국의 영상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

‘달고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독보적 한국의 토속놀이 알려... 빚과 생존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물질주의적인 모습으로 ‘공감’ 형성

2021-10-27     경남 거창군 김수현
오징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많이 들어보던 대사다.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20~30대의 젊은 청년들도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뛰어 놀며 즐겼던 놀이 중 하나인 이것은 무려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처음 등장했다. 무려 이것이 나오는 영상의 이름은 '오징어 게임.' 이외에도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다양하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한국의 요소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 콘텐츠가 됐다.

과연 사람들은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등 한국 영화의 어떤 점에서 감탄했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정말 참신하고 새로운 소재들이 나오는 영화에 어느 세계인이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약자의 애환과 자본주의에 대한 씁쓸함을 담았다는 것도 특징이다. 기생충에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사회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 계급이 있음을 드러냈고 오징어 게임에선 그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고 무자비한 스릴러로서 보여준다.

이에 대해 대학생 김지현(22, 거창군 거창읍) 씨는 “한국인으로서 첫 번째로 느낀 것은 한국의 토속 음식들 덕분인 것 같다”며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와 기생충의 짜파구리는 외국인들에게 상당히 흥미를 끌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특유의 감정 선과 갈등을 잘 살리는 스릴러 장르가 자본주의 시대의 생존 본능을 잘 보여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구며 화제인 것이 있다. 아시아 경제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추억의 양은 도시락’과 ‘달고나 만들기 세트’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5달러에서 35달러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조선일보에 따르면 해외의 일각에선 ‘달고나 뽑기’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올라왔다. 해외 유튜버들 사이에선 달고나 뽑기를 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실패하는 모습의 영상이 ‘밈(meme)’처럼 사용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달고나 뽑기’는 한국인이라면 어릴 적 보편적으로 해봤던 추억의 놀이 중 하나다. 적은 돈으로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쭈그려 앉아서 열심히 모양을 따라 달고나를 쪼개는 모습은 달고나 뽑기를 해보지 않은 한국인이라도 익숙한 풍경이다. 도시락 또한 한국의 젊은 층들도 미디어 혹은 몇몇 식당에서 접해봐서 친숙하다. 한국인들에게 무척이나 친숙하던 토속 문화가 해외에선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해외의 미디어에서 한국에 대해 많이 다루지 않던 것들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지게 된 것은 주목받을 만한 이유가 됨과 동시에 K-문화에 자부심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많은

'기생충'에선 서민들의 음식인 ‘라면’이 소개된다. 특히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한국 라면 두 개의 조합이 외국에도 널리 퍼지게 된 계기라는 점이 독특하다. 이 레시피는 ‘짜파구리’를 만드는 것으로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기생충에서 가장 긴박한 장면에 나오는 것으로 서민 음식에 한우 채끝살을 넣어 빈부격차를 은근히 드러내는 장치기도 하다. 이로 인해 농심에선 발 빠르게 짜파구리 레시피를 안내하는 조리법 책자를 극장에 뿌리기도 하는 등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기생충에서 얻어갈 다른 한국적 요소가 많이 있는 게 아님에도 어떤 특별한 점 때문에 이 영화에 끌리게 된 것일까? 현재에 와서 대두된 이유는 입소문을 점점 탄 것이다. 그것의 이유는 개개인의 취향, 영화의 구성과 짜임새, 놀라운 반전 등이 있겠지만 가장 특별한 이유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드러내는 영화임에서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영화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의 ‘독일에서도 극찬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언론분석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영화 전문매체 ‘키노차이트’의 베아트리체벤은 베를린 영화제 보유국인 독일의 많은 언론도 이 영화를 극찬했으며 그 이유를 ‘신랄한 사회비판과 작가주의와 장르영화를 적절히 섞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기생충'이 궁극적으로 빛을 발하는 이유는, 봉준호가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그의 모든 캐릭터를 합당하게 대했다는 사실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조승연 작가도 이를 심층 탐구했다.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란 유튜브 채널에선 여러 해외 매체의 기생충 개봉 당시인 2019년 보도들을 바탕으로 인기 비결을 분석했는데 독일의 'welt'지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 세대의 한국인들은 분단, 미군, 학생운동을 직접 마주했기 때문에 더욱 자본주의 계급사회에 예민하고 정확히 본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오래된 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며 거기에서 나오는 모순점을 잘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봉준호 감독과 같은 세대의 한국인들은 이를 인지하기 쉬운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서양인이 이와 같은 자본주의를 다룬 한국 영화에 깊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싶다.

반면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예진(24, 부산시 수영구) 씨는 “OTT 진입으로 인해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좋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넷플릭스 작품에는 어느 정도의 폭력성이 담겨져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미국에서는 오징어게임을 보고 운동장 놀이가 드라마처럼 폭력적으로 변형될까 우려된다며 시청 제한한다고 들었다”며 “마이네임도 신체 절단 등 가학성을 스토리의 주요 소재로 삼고 곧 공개될 '지옥'도 비현실의 광기와 폭력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들었다. 드라마들이 그려낼 폭력의 당위성에 대해선 시청자의 고민이 함께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대로 도약하며 한층 성장해가는 한류와 한국 문화는 이제는 옛것들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민의 문화와 사회적 약자들을 다루는 영화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민주화된 국가의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대한민국과 그 국민은 이러한 한국 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개선하여 전파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며 더욱 대한민국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뚝 설 수 있길 바라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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