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20개 화장품 중 10개에서 유해 물질 ‘과불화 화합물’ 검출

국내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이었던 화장품 중 절반 이상에서 유해 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공동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 20개를 대상으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유해 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립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모든 제품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고, 자외선 차단제 80%, 메이크업 베이스 50%, 파우더와 팩트는 40% 순으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 화합물은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하다.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성질이 있어 워터프루프 기능의 화장품뿐만 아니라, 피부 흡수율과 투과성을 높이는 기능으로 로션과 크림 등 기초화장품에서도 사용된다. 문제는 국제암연구소에서 과불화 화합물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국내 화장품 분석 조사에서 검출된 과불화 화합물의 유해성을 검토한 결과, 총 6종의 과불화 화합물이 미량으로 검출됐다. 생식기관 및 발달 장애에 영향을 미치거나 눈과 피부에 자극 또는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성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사용으로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이 밝혀짐에 따라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에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정부는 3년 이내 과불화 화합물 사용을 전면 통제하고 규제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또한 2022년 말까지 과불화 화합물 포함 특정 성분을 규제하는 화장품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과불화 화합물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으며 그에 따른 정부 차원의 안전 관리 기준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인자 분석팀장은 “이번 화장품에서 검출된 과불화 화합물 농도는 미량이지만 사용 과정에서 피부에 직접 흡수된다는 점, 여러 개의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과불화 화합물은 잔류성이 강하기 때문에 낮은 농도라도 체내 축적 시 발암성 등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