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행상인과 구걸인이 늘고 있다

2014-01-16     김정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은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달린다. 이 많은 사람 속에서도 두드러지게 급증한 것은 지하철 내 불법상행위와 구걸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로 인하여 지하철 내 승객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면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밑천 하나 없이 자신의 두 다리와 입담만을 무기로 승객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행상인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손님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희가 좋은 물건을 단돈 1000원에 드리고자 찾아뵙습니다”라는 말과 함 께 무관심한 승객의 눈빛 속에서 물건을 팔고자 목청을 높인다.


지하철 내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이호식(53) 씨는 목소리 를 크게 해서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끌게 한다. 그는 “지하 철이 움직이는 동안은 승객이 내릴 수 없으니 무조건 판매 홍보를 듣게해서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것이 판매 능력이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방법은 승객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부산 진구 개금동에 거주하는 김정언(24) 씨는 얼마 전 지하철에서 잠을 자던 중 지하철 행상인이 물건을 구매하라며 큰소리를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는데 그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가고 싶지만 이런 시간마저도 피곤하게 하는 잡상인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이들의 상행위에도 규칙이 있고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하철의 맨 끝 또는 맨 앞 차가 정차하는 장소에서 먼저 온 순서대로 줄을 선다. 지하철이 오면 기다린 순서대로 한 열차에 한 명씩 타는 것이다. 또한 한 열차에 1명의 상인만이 투입되는데 이것은 한 번에 많은 행상인이 투입되면 시민들의 신고로 단속에 걸리기도 쉽고 수입도 반으로 줄어들어 한 사람이 30분 동안은 지하철에서 독점으로 장사하는 그들만의 규칙이다. 그러므로 다음 사람은 30여 분을 기다린 다음에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단속에라도 걸리는 날이면 그날 하루 동안의 고생도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철도안전법에 따라 구걸, 잡상인의 행위를 할 경우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행상들의 행위가 원천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한 행상인은 불법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내게 되어도 조금 씁쓸할 뿐이라며 “그럴 땐 세금 낸 거라 생각하고 잊어버려요”라고 말했다.


한편, 불법이지만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행상인과 달리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구걸한 돈으로 편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구걸하는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지체장애자, 노숙자, 10대 앵벌이 등이 대표적이다. 앵벌이란 불량배가 강제로 어린이에게 구걸이나 도둑질 따위로 돈벌이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사랑의 집이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도와주세요”라는 쪽지는 10대의 앵벌이들이 지하철에서 주로 돌리는 내용 의 글귀이다. 그 쪽지를 보고 이 말이 사실인지 의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채 앵벌이 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10대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10대 앵벌이 출신의 아이들을 자신의 곁에 두고 다시는 앵벌이의 길로 빠지지 않게 그들의 부모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자 박미선(51) 씨다. 그녀는 20여 년 간 자원봉사로 독거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을 돌보았으며 현 재는 10대 앵벌이 소년, 소녀들을 돌보고 있다. 그녀는 대구 달서구에 10평 남짓한 빌라에서 3명의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돌리는 쪽지에 적힌 내용은 전부 다 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허름한 차림의 아이들을 보고 불쌍하게 여겨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지갑을 연다고 말하며 “이것을 아는 아이들은 앵벌이 생활에 맛들어버려서 오히려 나를 벗어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걸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번다. 이들 대부분은 거기에 매혹되어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3년 전부터 구걸하는 일을 시작한 이정호(56) 씨는 사업실패로 가족들과 헤어지고 빚 때문에 집까지 잃어 지하철에서 노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구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3~5시간 정도 지하철을 돌며 구걸을 하면 5만 원 정도가 생긴다고 말하며 “돈이 생겨도 도박을 즐기거나 술에 빠져 산다. 그러니 하루하루 같은 생활이 반복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은 처지일 것이다 "고 말했다.


돈을 구걸하는 사람 중에서는 여자나 어린 학생들에게 돈을 줄 때까지 앞에서 비켜서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김미향(23) 씨는 지하철에서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구걸하는 사람을 보고 불쾌하기도 하고 무서워서 돈을 줘버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칼만 안 들고 있는 거지, 도둑이나 다름없어요”라고 말했다. 일부 장애인들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종이에 적어 승객 무릎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의 지하철 안은 하나의 커다란 구경거리가 된 지 오래다.


동의대학교 도귀순(21) 학생은 장애인들이 돈을 구걸하는 것을 보면 도와주고 싶지만 요즘은 종이의 내용이 진실인지 의심부터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저런 사람들은 구걸을 한 다음 그랜져를 타고 집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한 노숙자는 자세하게 답 할 수는 없지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이 하루에 버는 돈은 3일 정도 걱정없이 먹고 놀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올 5월 말 현재 역 구내 및 지하철 내 불법행위자와 구걸하는 사람들의 단속 건수는 33만 1,008건으로 지난 2007년 27만 4,164건에 비해 급증했다.


하지만 지하철 내에 행상인과 구걸하는 사람으로 인해 승객들의 불만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단속하고 통제하는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는 김선태(46) 씨는 지하철 내에서 시끄럽게 소리치는 잡상인의 행동에 짜증이나 지하철역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죄송합니다. 사람이 없어서..”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센터에 책임감 없는 행동에 어이가 없다. 시민의 발과 시간이 된다는 지하철 서비스 홍보는 왜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부산지하철 영업팀 김상우 씨는 잡상인들의 불법상행위로 인한 무질서 행위를 근절하고 쾌적한 지하철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원경찰과 공인요원으로 구성된 전담반과 특별단속반을 운영하고 모든 직원이 수시로 구걸행위하는 이들을 단속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