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핵폐기물, 처리 방안은 없는 것일까?
30년 넘게 진전 없는 부지 수립 새롭게 떠오른 대안들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라고 불리는 핵발전소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여 우리 생활에 큰 이로움을 준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16년 경주의 원전 근처 5.8 경도의 지진 등 많은 사건 사고로 핵발전소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점차 커졌다. 이윽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은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원전에 대한 더 큰 문제가 대두됐다. 바로 사용후핵연료가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원래는 영구 처리 시설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 터조차 잡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대표로 여러 사람이 이를 해결하고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i]고준위란 원자의 정상 상태가 취할 수 있는 에너지값보다 높은 수준 또는 그러한 에너지를 지닌 상태를 말한다. 한마디로 위험한 물질이자 상태란 것이다. 고준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현재 임시 보관 중인 51만 다발가량의 사용후핵연료를 기존에 있던 원전 안에 보관하도록 법으로 규정되는 터라 지역 주민은 물론 환경 단체들은 특별법을 즉각 폐기하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에 대해 원전의 분포도를 고려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부산에도 고리원자력발전소(2호기, 3호기, 4호기, 신1호기, 신2호기)가 있다. 이외에도 경주, 영광, 울진에 국내 원전이 모여있다.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는 것인데, 사람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은 핵폐기물을 그 지역에 보관하도록 하는 것은 지역적으로 큰 문제다. 모든 부담을 부산과 울산에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고준위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게 옳은 일인지 신중히 고심하고 결정해야 한다.
‘고준위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김성환 의원은 영구 폐기장을 만들기 전 임시로 보관할 곳으로 기존의 원전이 괜찮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수희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사실상 핵폐기장처럼 운영될 거다.”라며 지적했다. 1986년부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리장을 건설하기 위해 영덕, 울진, 포항을 후보지로 선정해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그 이후에도 줄줄이 무산됐다. 이렇게 계속 진전이 없는 상태라면 고준위 특별법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영구 저장 장소가 마련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해결안보다는 절충안을 목표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에서 말한 것처럼 원전이 가동 중인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핵폐기물을 분산하여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 생각한다. 혹시 사고가 나도 그 피해의 규모가 한곳에 모아둔 것보다는 작고, 덜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분배하여 관리하는 것이니, 시설 마련과 자금 문제가 따를 수 있지만, 누구 하나 더 많이 피해 보는 것 없이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원전 가동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는 우리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책임도 모두에게 있다. 영구 처분 시설을 만들 거면 해당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민들의 동의와 신뢰를 이끌 수 있도록 힘써야 될 것이다. 해당 지역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 지원 방안 등 처분장 유치 지역과의 원만한 상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힘들다면 전국에 분배하여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위험성이 있는 만큼, 충분한 고려를 하되, 지금의 ‘고준위 특별법’으로 불안해하는 원전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빠른 처리와 대안 마련으로 잘 해결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