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가정폭력,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50대 가장 A 씨, 친딸에게 폭언 및 폭행 혐의로 기소 가정폭력, 변화를 위해선 신고 처리 절차 개선 불가피
지난달 23일,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아내를 대신해 친딸까지 폭행한 50대 가장 A 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8월, 딸에게 폭언을 뱉으며 얼굴을 두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딸 B 양에게 아내의 행방을 물었고, 이에 딸이 모른다고 대답하자 심한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했다. A 씨는 평소에도 사소한 이유로 아내를 폭행했으며, 딸에게는 “죽여버리겠다”며 폭언을 내뱉는 등 정서적 학대를 일삼았다.
이 밖에도, 국내 가정폭력 사건은 이전부터 심심찮게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정은이 사건은 물론, 7월 발생한 화성 입양아 사망사건 등 가정폭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외면해선 안 될 불편한 진실. 가정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의 미흡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정폭력사범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의 가정폭력사범 신고 건수는 약 125만 건이다. 하지만 이중 실제 검거 건수는 약 22만여 건에 불과하며, 구속 인원은 고작 2천 명 내외다. 이는 누군가 가정폭력을 신고한다 해도, 출동한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복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찰의 안일한 대처는 가정폭력을 지속해서 재생산한다.
가정폭력을 줄이기 위해선 신고 처리 절차의 개선이 불가피하다. 주변인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 없이 복귀하는 경찰들의 태도에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다.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이웃 등 근처 주변인들을 통해 가해 용의자와 피해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통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혹여나 조사가 허투루 돌아갈지라도, 경찰의 확실한 대처는 사람들에게 가정폭력은 심각한 범죄이며, 조사 절차가 이토록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등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다.
별일 아니라는 가해자의 거짓말, 괜찮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현실. 이 속에서 가정폭력은 ‘훈육’으로 둔갑해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족이 겨눈 총구의 끝이 자신을 향해 있다면, 그들은 공권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면, 가정폭력의 피해자들도 가해자들을 향해 자신을 향한 학대 행위를 멈추라고 당당히 소리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