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후 공황장애가 왔어요"...추가접종 할지 말지 고민
대학생 한 모씨... 백신 후유증으로 '광장공포증' 생겨 최근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 찾는 환자들 증가 병상 확보도 제대로 안 돼 앰뷸런스에서 대기 3차 접종 앞두고 고민... 접종 안하면 일상생활 영향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건강했어요. 지금은 가끔 숨쉬기 힘들고, 숨도 차고, 가슴도 두근거리지만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밀폐된 공간에 있는 것도 힘듭니다”.
대학생 한 모(24) 씨는 백신 접종 후 공황장애가 생겼다. 의사로부터 들은 정확한 명칭은 ‘코로나 백신 공포로 인한 광장공포증’이다. 광장공포증은 광장이나 공공장소, 특히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겪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한 씨는 낯 안 가리고 친구와 잘 어울리는 성격에 평소 자존감도 높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공황장애라니 한 씨의 주위 사람들은 놀랍기만 할 뿐이다.
한 씨의 몸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후다. 한 씨는 2021년 7월 30일 화이자 2차 접종 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마다 심장이 두근거려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 한 씨는 잠에서 깰 때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증상을 검색했다. 자신과 같은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많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2021년 10월 29일.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길에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식은땀을 경험했다. 한 씨는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그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 씨는 바로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를 탔지만, 택시 안에서도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밤 10시 50분. 집 도착 후에도 호흡곤란이 계속돼 부모님과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로 향하는 길에 한 씨의 증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한 씨의 부모님은 차를 멈추고 119를 불렀다. 한 씨는 “부모님이 차를 멈추자마자 내가 밖으로 날아가듯이 차에서 내렸다고 하는데 , 그 상황이 전혀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
앰뷸런스에선 119 구급대원들의 절박한 ‘병원 찾기’가 시작됐다. 부산의 대학병원 6곳에 문을 두드렸지만 “호흡기 관련 증상이라 코로나검사 없인 환자를 받아줄 수 없다”며 “지금은 바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 부족 사태로 환자 이송도 쉽지 않았다.
몇 시간 대기한 끝에 대학병원에 도착. 코로나19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했다.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1~2주가 흘러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있는 장소에 가기 두렵고 갑작스러운 가슴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은 종종 찾아왔다. 대학 전공수업 조별 과제에서 하는 발표도 빠져야 했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한 씨의 손톱 색도 어둡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장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다시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한 씨에게 “심리적 문제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외상 스트레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최근 많은 사람이 이러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두 달 동안 신경안정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백신 만료 기간까지 약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백신을 맞아야 할지 미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의사는 한 씨에게 “3차 접종은 최대한 미뤄라”고 했다. 보건소는 한 씨의 이런 증상에 대해 백신 패스 예외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한 씨의 병은 접종 증명 예외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씨는 “3차 접종을 하면 공황장애 증상이 더 심해질 것 같아 무섭고,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몸이 안 좋은 환자들이 무리해서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백신 예외자 범위가 상황에 따라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