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높은 건물 없도록 지키는 높은 안목

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㊹ / 칼럼니스트 박기철

2022-01-10     칼럼니스트 박기철
피렌체

피렌체는 인구 30만명급의 정도의 도시다. 인구수로 따져 피렌체보다 더 많은 로마, 밀라노, 토리노, 볼로냐, 팔레르모가 있지만 30여만명이라는 인구가 적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이 정도 급의 엇비슷한 인구를 가진 도시는 경기도 광명, 강원도 원주, 충청도 충주, 전라도 익산, 경상도 진주 등이다. 이들 도시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많다. 하지만 이태리 여느 도시들과 똑같이 피렌체에서도 영락없이 고층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피렌체 중심에 있는 둥그런 종탑이 있는 두오모 대성당이 가장 높게 보인다.

서울이나 부산은 말할 것도 없이 피렌체와 비슷한 인구수를 가진 광명, 원주, 충주, 익산, 진주에 저 두오모 대성당을 고대로 가져다 놓는다면 저렇게 잘 보일 수 있을까? 고층 아파트에 가려 잘 안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는 왜 고층건물들이 전국 어디나 다 많아지게 되었을까? 일단 좁은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인구가 한국보다 많은 이태리는 국토면적이 우리보다 넓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이 가진 고층건물 선호 경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국토가 넓지만 인구가 많기에 고층건물을 선호한다. 미국인들도 국토가 넓은데도 고층건물을 선호한다. 높은 건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용적률을 높여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자 함이다. 만일 한국인이나 중국인 미국인이 피렌체를 점령한다면 저 두오모 대성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건물을 마구 지어댈 것만 같다. 어찌 올드타운을 보존하지 않고 허물려고 하느냐며 반대한다면? 즉 인구수에 비해 고층건물이 안맞는다는 지적해도 말이 먹힐까? 글쎄! 이제는 새로운 시대이며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인구수와 관광객을 많이 높이면 된다며 강하게 억누를 것이다. 만일 그리 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 일시적으로 건물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피렌체의 도시 매력도는 떨어질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피렌체의 도시 미감은 쇠락할 것이다.

내가 선 이 곳은 피렌체 중심에서 아르노 강 건너 미켈란젤로 광장 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피렌체 공동묘지다. 며칠 전 친퀘테레의 한 마을에서처럼 여기서도 가장 높은 곳이 묘지다. 가장 높은 건물은 저 두오모 대성당이다. 높은 건물에 익숙한 한국인의 관점으로 바로 옆 가까이에서 보아도 사실 그리 높지도 않다. 하지만 여기서는 가장 높다.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낮은 도시 전경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도저히 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 부럽다. 높은 건물을 짓지 않는 이태리인들의 미감과 높은 안목을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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