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꽉 채우고 3차 백신 맞을래요”... 코로나 백신 3차 접종 최대한 늦추려는 시민들 증가
n차 접종 우려... 백신 유효기간을 꽉 채워 접종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전략 방역패스 없어질 가능성 염두... 방역패스 큰 폭으로 조정될 가능성 열려 ‘존버’ 방역당국, “미접종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접종 완료자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
직장인 A 씨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지 4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3차 백신 접종을 할 계획은 없다. 언제 4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빨리 빨리 백신을 맞는 것보다는 최대한 늦춰서 맞아야 n차 접종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방역패스 유효기간인 180일을 꽉 채우고 난 뒤 3차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추가 접종을 두고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다 채울 때까지 접종을 미루겠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방역패스가 생겨남으로써 3차 접종이 사실상 불가피해진 가운데 n차 접종을 대비해 3차 백신 접종을 최대한 미루는 것. 지난 4일 정부가 면역 저하자들에 대해 4차 접종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4차, 5차를 넘어 n차 접종을 우려한 사람들이 백신 접종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세운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을 방역패스 적용 시설로 포함한 부분의 효력을 일시정지시켰다.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이 방역패스 효력이 일시정지 되는 것을 본 다른 시설들이 집행정지 신청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방역패스가 큰 폭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열린 지금, 사람들은 조금만 버티면 방역패스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접종을 미루고 있다. 최근 방역패스 적용 시설이 백화점과 마트 등 대규모 상점으로 확대되면서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3차 접종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졌지만,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대부분의 시설에서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될 수 있기 때문에 ‘존버’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 3개월이 지나자마자 백신을 맞을지, 아니면 혹시 모를 n차 접종에 대비해 6개월을 꽉 채우고 백신 접종을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학생 B 씨는 최근 3차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4차 백신 접종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에서 3차 백신을 빨리 맞아봤자 4차 백신 접종 날짜만 앞당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B 씨는 “그냥 180일을 채우고 난 뒤 3차 백신을 맞으려고 한다”며 “언제까지 백신을 맞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빨리 백신을 맞는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2차 백신을 맞고 너무 아파서 3차 백신 접종을 미루려고 한다”, “방역패스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버텨보려고 한다”, “4차 백신을 맞으라고 할 것 같기 때문에 3차 접종을 미루겠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다 채울 때까지는 3차 백신을 맞을 생각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11일 기준 3차 접종자 수는 2147만 2479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41.8%에 달하는 비율이다. 18세 이상 성인 중 48.5%가 3차 접종을 완료했고, 60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는 81.6%가 3차 접종을 마쳤다. 3차 접종을 완료한 청장년층의 비율이 60세 이상 고령자와 비교했을 때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확산 중인 상황과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 간 이동량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백신 접종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미접종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2차 백신 접종 완료자보다 약 5배, 3차 접종 완료자보다는 약 14배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