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가 택배비보다 비싸요”... 배달비 인상으로 주문 ‘멈칫’ 하는 소비자들
배달 플랫폼과 배달 대행업체가 수수료 인상...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타격 입어 불만 표시하는 손님 많아져... 자영업자, “사장도 배달비 일부 지불하고 있어 부담된다” 배달 플랫폼, “지난해 진행하던 프로모션이 끝나 정상적으로 배달비가 적용되는 것뿐”
대학생 정민정(23, 경남 양산시) 씨는 요즘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 가장 먼저 배달비가 저렴한지부터 확인한다. 배달비가 치솟으면서부터 음식의 맛이나 음식점의 별점이 아닌 배달비를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된 것. 정 씨는 배달비를 내야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배달 금액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배달비를 내기 아깝다”며 “배달비가 택배비보다 비싼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배달 플랫폼과 배달 대행업체가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타격을 입었다. 자영업자는 배달비가 오르면서 폭주하는 손님들의 불만에 속이 타고, 소비자는 지나친 배달 금액에 배달 주문을 ‘멈칫’하고 있다.
배달비 인상으로 소비자들도 점차 배달 횟수를 줄이게 됐다. 직접 가기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기에는 배달비가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먹지 않거나,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는 등 배달 횟수를 점차 줄이고 있다. 대학생 최유나(23, 경남 양산시) 씨는 배달비가 오르면서부터 배달음식을 끊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최 씨는 “5000원이 넘는 배달비를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배달비가 그냥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달비가 오르면서 자영업자의 근심도 깊어졌다. 부산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 씨는 배달비가 오르면서 날카로워진 손님들의 반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달비가 오르면서 사장이 부담하는 배달비도 많아지고, 손님이 지불하는 배달비도 많아졌지만 손님들은 사장도 일부 금액을 부담하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신이 오롯이 배달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A 씨는 “손님들의 불만이 많아지고 있지만 배달비를 올리는 일은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한국행정연구원 미래행정혁신연구실은 ‘배송·배달 서비스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 전문 업체 알앤알컨설팅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211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음식 배달 시 배달료 적정 여부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53.4%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31.9%, ‘적절하다’는 14.7%였다. 지불할 의향이 있는 배달료 최대 금액은 ‘1000원 이상 1500원 미만’이 23.2%로 가장 많은 비율이 응답했다. ‘1500원 이상 2000원 미만’이 22.3%가 응답하면서 뒤를 이었고, ‘2500원 이상 3000원 미만’이 13.8%, ‘1000원 미만’ 13.2%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배달비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배달 플랫폼과 배달 대행업체가 지불할 의향을 훨씬 넘어선 배달비를 측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누리꾼들이 말도 안 되는 비용의 배달비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1만 2000원이나 하는 배달비 내역을 캡처해 “음식이 집 앞으로 양자 텔레포트라도 하냐”고 말해 웃음과 공감을 샀다. 누리꾼들은 “음식을 택시 태워서 보내는 게 더 싸게 먹힐 것 같다”, “배달비가 지나칠 정도다”, “배달비가 말도 안 되게 올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배달비 인상에 대해 배달 플랫폼은 지난해 진행하던 프로모션이 끝나 정상적으로 배달비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부터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 고용보험 등이 적용되면서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