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대박 터트렸지만 꼼수에 비난 폭주
변칙 개봉으로 스포일러 피해 불러...스크린 독점도 심각 / 이령희 기자
방학을 맞은 여름 극장가에 영화 <부산행>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정식 개봉 전 영화를 미리 공개하는 변칙 개봉으로 관객이 때 아닌 스포일러 피해를 입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또 <부산행>의 스크린 독점으로 관객의 영화선택권이 박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놀라운 흥행 신기록이다. <부산행>은 개봉 전주 주말인 15~17일 3일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해 약 56만여 명을 모으면서 흥행 열풍을 예고했다.
이처럼 영화의 정식 개봉을 앞두고 유료 시사회를 열어 한 주 정도 앞서 영화를 미리 공개하는 것을 영화계에선 ‘변칙 개봉’이라 한다. 이는 ‘시사회’라는 명목을 앞세워 관객이 직접 관람권을 구매하게 해 미리 관객 수를 부풀려 다른 영화들을 기선 제압하는 수단이다. 이는 예매율을 높이고, 입소문을 타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유료시사회를 본 관객이<부산행>의 결말을 SNS에 올려 결과적으로 스포일러가 됐다. 결국, 정식 개봉에 맞춰 이 영화를 보려던 관객은 때 아닌 스포일러 때문에 굳이 돈을 주고 봐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영화 <부산행>을 손꼽아 기다렸던 대학생 장다연(22,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SNS에서 결정적인 영화 결말이 담긴 스포일러를 보게 됐다. 그는 결말이 중요한 재난영화를 영화를 보기도 전에 내용을 알게 돼 실망감이 컸다. 그는 “흥행만을 생각한 변칙 개봉의 결과”라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개봉도 하기 전에 결말을 다 알아버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보였다.
개봉일 이전에 진행된 ‘유료 시사회’는 금, 토, 일 3일 동안 400여 개 스크린에서 황금시간대인 오후 2~7시까지 극장가를 휩쓸었다. <부산행>보다 일찍 개봉한 <봉이 김선달>, <굿바이 싱글>, <트릭> 등 다른 영화들은 어렵사리 상영관을 잡았지만, 주말 극장가에 개봉도 안 한 영화가 들어와 상영관을 뺏긴 꼴이 됐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좋은 영화가 있음에도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결국 관객들이 영화 선택권에 제약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20일 <부산행>이 정식 개봉한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개봉 당일 <부산행>의 스크린 점유율은 33%였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아이스 에이지>, <극장판 요괴워치>는 스크린 점유율이 각각 10%, 6.4%로 <부산행> 점유율의 1/3에 불과했다. 한 영화관의 상영시간표만 봐도 <부산행>은 1시간 간격으로 총 39회 상영하는 데 비해, 다른 영화들은 하루에 4회 이상 상영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처럼 대형 영화사의 영화 스크린 독과점은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계속 문제시돼 왔지만, <부산행>은 변칙 개봉과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이중 '변칙 플레이'를 펼쳐 다른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직장인 김준호(38,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가족들과 함께 영화 <봉이 김선달>을 보기 위해 이번 주말 영화관을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영화 상영시간표의 모든 시간대에 <부산행>이 차지하고 있었고 <봉이 김선달>은 저녁 7시 40분, 밤 12시 45분 단 2회만 영화를 상영한다고 돼 있었다. 결국, 그는 가족들과 영화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어린 자녀와 같이 영화를 보기에 <부산행>보다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봉이 김선달>이 나을 것 같았지만 상영시간이 저녁 아니면 심야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 전문가들도 <부산행>의 흥행 돌풍이 마냥 달가운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소수 상업영화에 관객이 몰리면서 작품성 있는 다양성 영화들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굳어지고 있으며 관객의 폭넓은 영화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