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재판매 목적의 구매 행위 '리셀' 금지 조치... 리셀시장에 지각변동 올까
나이키코리아 10월부터 재판매 목적 구매 금지 판매제한, 주문취소, 환불, 반품거절 등 조치 강구 현재 인기 있는 제품은 주로 리셀로만 구매 가능해 MZ세대, 리셀거래 문화 주도하고 있어 영향 주목 소비자들 "리셀금지하면 가품 난무 할 것" 걱정
나이키코리아가 지난 9월 2일 재판매 목적의 구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매의 여부는 나이키코리아의 단독 재량으로 판단한다. 재판매를 위한 구매로 판단될 경우 소비자 계정에 판매 제한, 주문 취소, 환불 또는 반품 거절 등의 조치를 한다. 10월부터 적용된다.
리셀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이키의 파격적인 행보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리셀은 접두사 re(다시)와 sell(팔다)의 합성어로, 명품이나 인기 있는 제품을 구매한 뒤 다시 재판매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인기 있는 제품들은 주로 리셀로만 구매 할 수 있어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의 2022 회계연도(2021년 6월 1일 ~ 2022년 5월 31일) 매출은 1조6749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나이키 매출의 상승 비결은 스니커즈 열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이키에서 발매하는 스니커즈를 정가에 구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나이키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드로우(draw), 즉 응모를 한 뒤 당첨이 돼야 가능하다. 당첨된 스니커즈는 대부분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인기 있는 스니커즈는 리셀을 통해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유명 가수,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나오는 제품은 리셀시장에서 고액으로 거래되는 단골 상품이다. 유명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2019년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 노이즈'를 한정판으로 818켤레를 출시했다. 출시 가격은 21만 9000원이었지만, 이후 리셀시장에서 300만 원대에 거래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70~80만 원의 가격대로 거래가 진행 중이다.
대학생 박지훈(24, 부산시) 씨는 "매번 드로우를 하지만 당첨된 적이 없고 주로 리셀을 통해 구매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드로우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리셀거래가 인기 있는 이유는 리셀테크... MZ세대의 소비문화 일부
리셀거래가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한정판이나 명품을 산 뒤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리셀테크다. 그 이유는 다른 재테크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전문적인 용어와 지식이 필요 없으며, 낮은 진입장벽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래 상품의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어 손해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MZ세대의 소비성향을 꼽을 수 있다. MZ세대는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제품이라면 과감하게 소비하는 성향을 띠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관심이 많고, 희소가치를 중요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MZ세대는 직접 리셀거래를 하기도 하며, 리셀테크라는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명품, 신발에서만 리셀테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수 박재범의 소주로 화제를 모았던 '원소주'와 띠부띠부씰로 향수를 불러 일으킨 '포켓몬 빵' 등이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리셀테크 중 하나로 이어졌다.
대학생 이태겸(24, 부산시) 씨는 "원소주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만 몇 군데 돌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구매한 물건들은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를 통해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격보다 2~3배 높게 거래가 진행된다.
리셀거래전문업체 크림(kream) 이용자 100만 명 목전에 두고 있어
나이키스니커즈의 리셀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정품 가품 분별을 중요시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정품 가품을 분별해주는 크림(kream)과 같은 리셀전문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크림 월간 순 이용자는 94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곧 1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직장인 강여진(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크림을 통해 확실히 정품인증이 된 신발을 구매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크림과 같은 리셀전문업체가 가품 근절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샤넬, 에르메스도 재판매 위한 구매행위 제한해 리셀시장에 제동 걸어
나이키 재판매 금지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며, 크림과 같은 업체를 통해 거래가 불가능 할 수 있다. 대학생 염세기(24, 부산시) 씨는 "재판매를 금지하면 오히려 가품이 난무할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이키뿐 아니라 샤넬, 에르메스가 리셀금지 조항을 밝혔다. 샤넬은 '재판매 금지'를 위해 제품을 구매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때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리셀시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직장인 서영원(24, 부산시) 씨는 "리셀금지 조항으로 가격 결정권을 리셀러가 아닌 브랜드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리셀업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다수의 소비자는 나이키 측에서 물량을 많이 만들면 리셀거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리셀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이키코리아 측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제외한 크림, 솔드아웃과 같은 리셀전문업체를 통한 거래는 불가하다. 하지만 당근마켓 등과 같은 개인간의 거래는 관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